-하동고 하동여고 통폐합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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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후사(先公後私)
-하동고 하동여고 통폐합에 부쳐-
이상숙 (전 하동정론 편집부장)
지금 하동은 하동고와 하동여고의 통합 문제가 지역의 최대 관심사다. 나는 이제 학부모가 아니라 한발 물러서 있는 입장이지만, 20년 동안 요구했던 두 학교 통합이 또 실패할까봐 그 안타까운 마음에 이 글을 쓴다. 말기 암 환자같이 사경(死境)을 헤매는 우리 하동교육의 사활(死活)이 달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7년 개교 100주년 때만 해도 1,058명이었던 하동초등학교 재학생이 2024년 6월 379명이다. 올해 1학년 입학생이 50명이다. 하동초등학교 홈페이지에 뜬 이 숫자가 믿어지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는 비단 하동초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군내 현재 초등학교 재학생현황을 개략적으로 한번 훑어보자. 고남초와 양보초는 근래 몇 년 사이에 폐교가 되었다. 북천초 12명, 쌍계초 13명, 노량초 15명, 궁항초 17명, 진정초 19명, 횡천초 20명, 묵계초 23명, 고전초 24명, 적량초 29명, 화개초 26명, 갈육초 30명, 악양초 48명, 옥종초 84명, 진교초 218명이다.
중학교도 마찬가지다. 하동중 159명, 하동중앙중 121명, 진교중 110명, 한다사중 78명, 옥종중 69명, 금남중 61명, 악양중 35명, 화개중 28명, 청암중 26명이다.
고등학교도 실태도 들여다보자. 하동고 223명, 하동여고 137명, 진교고 88명, 금남고 109명, 옥종고 32명이다.
이런 추세라면 10, 20년 안에 정말 우리 군이 소멸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공포감이 엄습한다. 이는 나만의 기우일까?
흔히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 한다. 이 통계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학교 통폐합은 하동고. 하동여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동고와 하동여고 통폐합은 인공호흡기를 달고 한 해 한 해를 연명해 가는 우리 하동교육에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이마저도 반대하는 이들이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2007년 하동신문 취재 부장으로 있으면서 하동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맞아 ‘교육이 살아야 하동이 산다’라며 특집 시리즈를 준비할 때만 해도 우리 군의 17년 후가 이토록 참담할 줄은 미처 예측을 못 했다. 지나고 보니 이때가 암으로 비유하자면 1기였다.
그때 우리 신문사에서 국회의원, 군수, 도 교육청, 하동육영재단 관계자 등을 찾아다니며 하동여고와 하동고 통합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때 거의 8부 능선을 넘었었다. 그래서 하동고 청운학사 1층에 여학생 기숙사까지 만들어 준공식을 했었다. 지자체에서 내 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도 벌이고 분위기도 참 좋았었다.
그 당시 양 고교가 통합이 되면 100억이 지원된다고 했다. 그런데도 하동육영재단 관계자들의 비협조로 이 절호의 기회가 무산되고 말았다. 그때, 80년대 100억대 자산가치의 명신고등학교를 국가에 기부 헌납한 김장하 이사장 일화까지 언급해도 통합을 극도로 반대하던 XXX이사장, XXX교장도 이제는 흐르는 세월에 떠밀려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어떤 이는 마치 평생을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이 하동교육은 우리가 무한 책임지겠노라고 책상도 탕탕 내리치던 어른도 있었다.
1997년부터 2010년까지 하동정론에 몸담고 있을 때는 물론이고, 이후로도 하동육영재단과 관련된 여러 제보가 들어와도 지역에 유일한 사학이라서 솔직히 많이 덮어주었다. 그중 아직까지도 내 수첩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몇 가지 사건들이 있다.
“이기자님는 왜 학교 통폐합을 그렇게 찬성합니까?”라는 육영재단 관계자의 질문에 이 글로 답을 대신하고 싶다. 그래서 실은 이 순간도 엄나무 가시, 탱자 가시가 되어 기자로서 내 양심을 찌르는 그 사건들은 몇 개라도 파내서 여기다 좀 쓰고 싶었는데 이미 쓴 글이 너무 길어서 오늘은 이만 접고자 한다.
그러나 교육자로서 일말의 양심이 살아 있다면 당사자들은 다 알 것이다. 그동안 학교 운영과 학사 관리에서 제기된 그 말 많았던 문제들을!
정녕 그날 그 말씀대로 전문대입학생과 서울대 입학생을 똑같이 동등하게 대우했는가? 진짜 하위권 학생들을 배려해서 시험성적을 그리 관리했는가? 스스로 한번 되물어 보기 바란다.
하동고와 하동여고의 통폐합 문제는 17년 전에 이미 풀었어야 했다. 산청고. 남해고처럼. 그때 이 매듭이 지어졌더라면 오늘 이런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두 눈동자가 다 풀린 환자를 앞에 두고 아직도 맥은 뛴다며 건강하다고 우기고 있다면 이는 환자의 입장인가? 의사의 입장인가? 이번에도 하동육영재단이 두 학교 통합을 반대한다면 이는 재단 설립의 목적 자체에 대한 명확한 반대가 된다. 우리가 언제까지 두 학교 통합이란 이 문제로 씨름을 해야 할까?
이번에야말로 하동육영재단이 육영원 설립 당사자들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서 하동의 미래인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통 큰 결단을 내려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 올해 4월 하동군 인구는 4만 1,300명이다. 10년 후에는 과연 몇 명일 될 것인가? 현재 하동고와 하동여고 학생 합이 360명이다. 10년 후에는 몇 명이 될까?
금남중·고를 지탱해주는 노량초, 진정초, 궁항초, 갈육초 4개 학교 재학생의 총합이 현재 81명이다. 이대로 가면 지난해 창단한 금남고 야구부가 몇 년을 버틸 수 있을까? 5, 10년 후 금남중·고가 제 교명(校名)을 유지할 것 같은가?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하동교육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하동육영재단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을 것이 아니라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모범으로 보여줘야 한다. 장수하는 사람들은 입으로 먹기 전에 머리로 먼저 먹는다. 하동여고 교장은 6학급이 무너질 때 그때 가서 통합을 논의하자고 하는데 그것은 장례식 준비나 하자는 무책임한 말과 같다.
하동육영재단과 교직원, 모든 군민들은 이번 기회가 하동교육이 중환자실에서 일반 회복실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꼭 살펴봐 주시라, 선공후사(先公後私)의 냉철한 지성으로! 백년대계(百年大計)의 혜안(慧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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