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최참판댁 41호
하동 최참판댁 하동에서 30리쯤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평사리 들녘 언덕배기에야생화처럼 꽃 피우다 간 삶의 얼룩이 있다 흑백사진으로 멈추어버린 마을작은 몸 뉘기도 벅찬 오두막집들 애환이넓은 뜨락의 고래 등 권세가세월의 햇살과…
자연인을 보다 40호
자연인을 보다 지리산 원시림 산속무색의 거미가 사냥을 나선다접착력 잃은 그물을 메고몇십 년 전 전설을 더듬어조각배 노 저어 그물을 던진다 지난날한 일가가 자급자족한 영지였다는데보리밭은 녹슨 덫에 걸려 죽고무성한 억새풀 날 선 …
여행 표류기 39호
여행 표류기 여행을 생각하시나요사람들이 와글거리는 명소가 아닌무인도에서 사나흘아다다와 둘이서 벌거숭이 원시 속으로먹을 것은 있어야겠지요야생 사슴을 잡아 바비큐하고와인은 가져가야겠어요뜨거운 온천수가 나온다면뽀얀 수증기 속에서 꽃말을 속삭이겠지요…
차밭의 미로 38호
차밭의 미로 논도 아니고 밭도 아니고산도 아닌데, 이파리 사철푸르네 보리 이삭도 아니고 감자 뿌리도 아니고배추 잎사귀도 아닌데농사짓는다네 할아버지 발자국도 아니고 아버지 쟁기질도 아닌데고향의 벗 …
구도(求道)로 가는 길 37호
구도(求道)로 가는 길 인도인들에게 갠지스강은삶과 죽음, 순간과 영원이 맞닿아 있는신의 경계라지 설화가 숨 쉬는 지리산청정 화개골도삶이 뜨거운 계절이 오면오체투지로 머나먼 길 찾아와허둥대는 육신을 씻고자연으로 회귀하는 참배객들…
와인의 시간 36호
와인의 시간 발로 밟더라짓이겨 상처가 그렁그렁고여있더라 오크통에서 캄캄한 수압으로서로가 서로를 버렸다고 생각될 즘 지워버린 과거가 깨달음이라고짓눌린 고통이 녹아 흘러내린저 씁쓸한 잔인한 기억들이선홍빛 꽃길이란다…
겨울빛 35호
겨울빛 얼음 위에 얼음조각을 떼어이글루 짓고늙은 백곰 껍질 기워 입고숨구멍을 찾아 목 내미는물범을 향해뾰족한 창끝으로온몸을 던진다지 빙판은 선혈로 노을 졌겠다 뼛속까지 얼어붙는칼 추위는 차라리노을이 편안했을까 …
겨울 지리산 34호
겨울 지리산 가시덤불에 뜯긴실핏줄 같은 고라니 말간 털이허공을 날아간다 인간끼리쇠막대기로 불을 뿜던 시린 그 시대눈치도 없이눈 속 보리 이삭 뜯어 먹으며 살아남았었지불타고 꺾인 나무도 옹이를 가슴에 감추고아름드리로 그때를 지우고 있는데 …
얼음꽃 33호
얼음꽃 아버지는 막걸릿잔을 들고 사셨고어머니는 호미를 들고 사셨지어머니의 땅은 겨울이었고언 땅을 헤집고 희망의 불씨를 심으셨지언 땅에서도 막걸릿잔은 길어 올리셔야 했고아이들은 허수아비 옷을 빌려 입고술잔이 깨진 사금파리 위를 걸어학교에 다녔지…
그 스님 32호
그 스님 산새 소리 쫓아입산수도 꿈꾼 그녀는 이태원 낯선 풍물에라틴 음악을 따라땀에 젖어 춤도 추었단다교만한 권력에 돌팔매질, 목도 쉬었단다학원에서 아이들 품어도 보았단다 지리산 단풍이 고와 산 벚꽃이 아려눈물에 젖었단다…
번지 점프 31호
번지 점프 날개는 없었지중력은 무너지고거미줄 한 가닥 꽁지에 매달고현생과 후생을 기웃거리며홍시처럼 떨어지고 있었지 그래, 뛰어내리고 싶은 날도 있었지꽃 피는 푸른 계절에도열매 주렁주렁 매달은 수확의 계절에도슬쩍, 목덜미 잡아당…
의신 반달곰 30호
의신 반달곰 큐피드 화살이가슴에 꽂혀순백의 하트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는반달곰을 보았는가 화개골 의신 마을에 가면 흐르는 냇물 소리 맑아도토리 익어가는 늦가을사람들의 정담에 이끌려 마을로내려온 반달곰이산으로 돌아갈 생각 …
반딧불이 29호
반딧불이 부끄러워서만은 아니었지어둠에 익숙한더듬이가 있어서도 아니었지 부모님 눈치 보다가아니면, 올망졸망 아이들눈빛 때문이기도 하고 등잔불 끄고캄캄한 어둠 속에서심장에 불 밝히고사랑을 속삭였었지 …
압화(押花) 28호
압화(押花) 꽃을 바라보다꽃의 마음을 꺾어왔다놀란 꽃의 어깨를 다독이며가슴에 품어석 달 열흘 산고의 진통을 겪고신생의 꽃으로 분만했다 생을 잃은 꽃에게 전생의 생을 불어넣는 일이란죽음을 경험하는 일과도 같아오체투지로 적멸의 시…
부자병 27호
부자병 화원의 영지에는벌 나비 아픔도 다양하지얼굴이 아파서 오는 나비족마음이 아파서 오는 사슴족허리가 굵다고 오는 꽃돼지족도 있지 성형외과는 머리를 바꾸어주는마법의 바느질이 바쁘고정신과에도 흐트러진 기억의 퍼즐을 맞추느라마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