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호정 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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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 47호

돌부처   어릴 적 뒤집어 가재 잡던 바윗돌이인고의 세월세찬 물길에 닳아 조약돌이 되었나요   냇가에 갔다가유난히 눈에 밟히는 조약돌 하나 주워 왔네요각진 모서리 다 내어주고반짝이는 사리만 남았네요   그날당신이 온정으로 품고 있던…

하동타임즈 2025.06.17 19

권위의 의미 46호

 권위의 의미   층층이 얼어붙은나무의 뿔을 봅니다   꽃피우고 열매 맺어벌레와 새들을 부르던풍요의 뿔이었지요   고단한 눈송이 쉬어가는 뿔 위에새들이 포르르 날아와볼 비비고 있습니다지난여름 고마웠다고,야윈 발가락으로 토닥…

하동타임즈 2025.06.11 25

서산대사 길 45호

 서산대사 길   화개골탁발한 부처님 말씀을 짊어지고냇물에 도성의 추억을 씻어내며비탈진 숲속 생명의 경전을 들으며삭발한 젊은 서산이 오르던 길젖 물리고 어깨 다독이는 길부처님 말씀처럼 깊고 높아삼보일배 마음으로 정신수양하며 걸었을 길  …

하동타임즈 2025.05.21 49

칠불사 44호

 칠불사   신화의 왕국 가야에는말갈기 휘날리며 김해 초원을 질주하는일곱 왕자가 있었다지도읍지 아리따운 처녀들 흠모하는용맹한 전사를 꿈꾸던 왕자들은허공을 나는 활시위 놓고비단 이불 속 잠자리에 들면밤마다 무량한 음성 들었다지지리산으로 찾아오라는 화…

하동타임즈 2025.05.09 53

금계국 43호

 금계국   노랑 저고리에연두색 치마너무나 흔해 주목받지 못하는 꽃어디서 왔는지냇가에도 길섶에도 함부로 피어손을 흔들고 있다.   땡볕에 환한 미소   거기 있었지콩밭에도 보리밭에도봄이면 고사리 꺾고 가을이면 알밤 주우며호…

하동타임즈 2025.04.23 64

잃어버린 보리밭 42호

잃어버린 보리밭   눈발이 휘날리는 하얀 차꽃을 보다가보리 누룽지처럼 뼈가 아려왔네   녹차 맛이 깊다니범왕용소처럼 깊다니   보리밭 터 차나무는누렇게 익어갈 줄 모르고사계절 청춘을 이야기하네만   나도 늙고 누이도 늙…

하동타임즈 2025.04.10 80

하동 최참판댁 41호

 하동 최참판댁   하동에서 30리쯤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평사리 들녘 언덕배기에야생화처럼 꽃 피우다 간 삶의 얼룩이 있다   흑백사진으로 멈추어버린 마을작은 몸 뉘기도 벅찬 오두막집들 애환이넓은 뜨락의 고래 등 권세가세월의 햇살과…

하동타임즈 2025.03.18 70

자연인을 보다 40호

 자연인을 보다   지리산 원시림 산속무색의 거미가 사냥을 나선다접착력 잃은 그물을 메고몇십 년 전 전설을 더듬어조각배 노 저어 그물을 던진다   지난날한 일가가 자급자족한 영지였다는데보리밭은 녹슨 덫에 걸려 죽고무성한 억새풀 날 선 …

하동타임즈 2025.03.04 71

여행 표류기 39호

 여행 표류기   여행을 생각하시나요사람들이 와글거리는 명소가 아닌무인도에서 사나흘아다다와 둘이서 벌거숭이 원시 속으로먹을 것은 있어야겠지요야생 사슴을 잡아 바비큐하고와인은 가져가야겠어요뜨거운 온천수가 나온다면뽀얀 수증기 속에서 꽃말을 속삭이겠지요…

하동타임즈 2025.02.20 58

차밭의 미로 38호

 차밭의 미로   논도 아니고 밭도 아니고산도 아닌데, 이파리 사철푸르네   보리 이삭도 아니고 감자 뿌리도 아니고배추 잎사귀도 아닌데농사짓는다네   할아버지 발자국도 아니고 아버지 쟁기질도 아닌데고향의 벗   …

하동타임즈 2025.01.23 57

구도(求道)로 가는 길 37호

 구도(求道)로 가는 길   인도인들에게 갠지스강은삶과 죽음, 순간과 영원이 맞닿아 있는신의 경계라지   설화가 숨 쉬는 지리산청정 화개골도삶이 뜨거운 계절이 오면오체투지로 머나먼 길 찾아와허둥대는 육신을 씻고자연으로 회귀하는 참배객들…

하동타임즈 2025.01.07 57

와인의 시간 36호

 와인의 시간   발로 밟더라짓이겨 상처가 그렁그렁고여있더라   오크통에서 캄캄한 수압으로서로가 서로를 버렸다고 생각될 즘   지워버린 과거가 깨달음이라고짓눌린 고통이 녹아 흘러내린저 씁쓸한 잔인한 기억들이선홍빛 꽃길이란다…

하동타임즈 2024.12.26 49

겨울빛 35호

 겨울빛   얼음 위에 얼음조각을 떼어이글루 짓고늙은 백곰 껍질 기워 입고숨구멍을 찾아 목 내미는물범을 향해뾰족한 창끝으로온몸을 던진다지   빙판은 선혈로 노을 졌겠다   뼛속까지 얼어붙는칼 추위는 차라리노을이 편안했을까 …

하동타임즈 2024.12.17 53

겨울 지리산 34호

겨울 지리산   가시덤불에 뜯긴실핏줄 같은 고라니 말간 털이허공을 날아간다   인간끼리쇠막대기로 불을 뿜던 시린 그 시대눈치도 없이눈 속 보리 이삭 뜯어 먹으며 살아남았었지불타고 꺾인 나무도 옹이를 가슴에 감추고아름드리로 그때를 지우고 있는데 …

하동타임즈 2024.11.05 61

얼음꽃 33호

 얼음꽃   아버지는 막걸릿잔을 들고 사셨고어머니는 호미를 들고 사셨지어머니의 땅은 겨울이었고언 땅을 헤집고 희망의 불씨를 심으셨지언 땅에서도 막걸릿잔은 길어 올리셔야 했고아이들은 허수아비 옷을 빌려 입고술잔이 깨진 사금파리 위를 걸어학교에 다녔지…

하동타임즈 2024.10.28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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