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최참판댁
2025-03-1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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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
본문

하동 최참판댁
하동에서 30리쯤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평사리 들녘 언덕배기에
야생화처럼 꽃 피우다 간 삶의 얼룩이 있다
흑백사진으로 멈추어버린 마을
작은 몸 뉘기도 벅찬 오두막집들 애환이
넓은 뜨락의 고래 등 권세가
세월의 햇살과 눈보라에 스며
잊힌 흙냄새가 난다
맨발의 아버지 어머니가 꽃을 꺾던 흔적이
가뭄에 말라버린 열매를 향한 눈물이
사람이 살다 간 박경리 선생의 마음이
낯선 발길을 두려워했을 고요가
백 리쯤 멀어진 이 땅의 친근한 삶이
울컥, 목구멍 깊이 깨어나 개똥벌레 날아오른다
권력도 사랑도
한 끼 허기도 아득한 낭하에
내가 서 있다
김용철 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2004년 《스토리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문학공원 동인
하동문인협회 동인
【시집】
『태공의 영토』(2008, 문학의 전당)
『지느러미로 읽다』(2010, 우리글)
『물고기좌부나비』(2013, 참샘)
『나비다』(2016, 참샘)
『화개』(2023, 문학공원)
E-mail : y98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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