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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지리산

2024-11-05 15:51 16 0 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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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지리산

 

가시덤불에 뜯긴

실핏줄 같은 고라니 말간 털이

허공을 날아간다

 

인간끼리

쇠막대기로 불을 뿜던 시린 그 시대

눈치도 없이

눈 속 보리 이삭 뜯어 먹으며 살아남았었지

불타고 꺾인 나무도 옹이를 가슴에 감추고

아름드리로 그때를 지우고 있는데

 

주름진 손 내젓는 노인은

아직도 난리 속을 걸어가고 있는가

 

아들 둘 눈먼 총알에 잃고 양식마저 빼앗기고

고향에서 난민이 되어버린 그때를,

 

묻지 말라고

 

사냥꾼에게 쫓기는 산짐승 마음을 보았냐고

지은 죄 없이 허깨비에게 빌어봤냐고

말문을 닫고 속울음 삼키고 있다

 

눈보라 속에서 등잔불만 한 온기를 붙잡고 살아온 그가

 

지리산을 안다고 손 내밀지 마란다

다 헤진 옷소매 휘젓고 있다


김용철 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2004스토리문학신인상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문학공원 동인

하동문인협회 동인

 

시집

태공의 영토(2008, 문학의 전당)

지느러미로 읽다(2010, 우리글)

물고기좌부나비(2013, 참샘)

나비다(2016, 참샘)

화개(2023, 문학공원)

 

E-mail : y98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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