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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

2024-10-28 15:14 11 0 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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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

 

아버지는 막걸릿잔을 들고 사셨고

어머니는 호미를 들고 사셨지

어머니의 땅은 겨울이었고

언 땅을 헤집고 희망의 불씨를 심으셨지

언 땅에서도 막걸릿잔은 길어 올리셔야 했고

아이들은 허수아비 옷을 빌려 입고

술잔이 깨진 사금파리 위를 걸어

학교에 다녔지

 

아버지 술병을 가득 실은 쪽배를 타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노 저어 가시고

어머니의 호미는 봄을 일구어 보셨지만

가난으로 휜 호미는 얼음꽃만 피워 서러워하셨지

 

두 골짜기로 흐르던 인연

이제는 하나의 강으로 손잡고

바다로 가시고 있을까

 

봄이 오려나

섬진강 변 벚나무 발그스레하고

묘지의 잔디는 얼음꽃을 품어 녹이고 있네




김용철 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2004스토리문학신인상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문학공원 동인

하동문인협회 동인

 

시집

태공의 영토(2008, 문학의 전당)

지느러미로 읽다(2010, 우리글)

물고기좌부나비(2013, 참샘)

나비다(2016, 참샘)

화개(2023, 문학공원)

 

E-mail : y98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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