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2024-01-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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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
본문
가출
산사 툇마루 밑에
머루 빛 눈동자가 엎드려 있다
보고 듣고 짖으며
세상 이치라고 익힌 습성을
고기 한 덩어리 탐내다가
부지깽이로부터 도망쳐
살아온 경계를 벗어나 왔겠지
먹다 던져 줄 뼈다귀도 없고
쟁기질 싹 틔우는 땀방울도 없고
음담패설도 없는
목탁 소리에 세상 간섭을 잃은 마루 밑에서
홀로 서지 못하고
홀로 담벼락 높은 곳으로 기어오르는
담쟁이 넝쿨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김용철 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2004년 《스토리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문학공원 동인
하동문인협회 동인
【시집】
『태공의 영토』(2008, 문학의 전당)
『지느러미로 읽다』(2010, 우리글)
『물고기좌부나비』(2013, 참샘)
『나비다』(2016, 참샘)
『화개』(2023, 문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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