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2023-09-11 12:17
88
0
5호
본문
보리밭
평사리 들녘 기슭에
보리밭이 일렁이고 있다
한때는 화개골에도 불길 뜨거워
사막의 모래 언덕처럼
황금빛으로 익어가던 저 이삭들
한때는 산이 깊어
흉년의 소낙비로 시름 깊었던 저 이삭
어떤 이는 저 이삭을
보릿고개 넘어오는 구원의 여신으로 숭배했고
어떤 이는 저 이삭을 문신으로 새겨
지울 수 없는 가난의 상징으로 살아갔고
어떤 이는 저 이삭을 가훈으로 새겨 놓았는데
이제는 지워버린 화개골 저 보리밭을
베적삼 흠뻑 젖어 황금빛 보릿단 업고 오던
그 사내
평사리 언덕배기 보리밥집에서
이마에 이랑이랑 주름진 묵정밭이 서러웠을까
추억을 비벼 먹고 있다
김용철 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2004년 《스토리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문학공원 동인
하동문인협회 동인
【시집】
『태공의 영토』(2008, 문학의 전당)
『지느러미로 읽다』(2010, 우리글)
『물고기좌부나비』(2013, 참샘)
『나비다』(2016, 참샘)
『화개』(2023, 문학공원)
E-mail : y9860@naver.com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