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소(龍沼)
2023-08-1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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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본문
용소(龍沼)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
담장을 느리게 넘나들던 구렁이
큰비가 오던 어느 여름밤 떠내려와
석삼년 살다가
용이 되었다고, 용이 되기 위해 수행 중이라고
깊이를 알 수 없었다
명주실 한 타래 깊이라 하기도 하고
물고기는 무서워 그곳에 안 갔겠지
다래 넝쿨 우거지고
물새가 기웃거리다 비명을 지르고 날아가고
등하굣길 아이들은 냅다 뛰어 지나갔지
산길에 신작로 나고 세상이 소란스러운 날
수행 중이던 구렁이
태풍을 불러 번개 치고 천둥소리 내며
하늘로 용이 되어 승천하셨나
없다
다 메워진 소에 다슬기 몇 마리
바윗돌에 붙어 지난날 전설을 탐독하고 있을 뿐···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출간.
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 ‘문학나눔’ 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문학작가파견사업’ ‘내생애첫작가수업’ ‘길위의인문학’ 선정.
지역 도서관 및 문화센터 글쓰기, 인문학 강의.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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