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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보리밭

2025-04-10 13:18 15 0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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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보리밭

 

눈발이 휘날리는 하얀 차꽃을 보다가

보리 누룽지처럼 뼈가 아려왔네

 

녹차 맛이 깊다니

범왕용소처럼 깊다니

 

보리밭 터 차나무는

누렇게 익어갈 줄 모르고

사계절 청춘을 이야기하네만

 

나도 늙고 누이도 늙어버렸네

 

누이 손 잡고 언 보리싹 아장아장 다독이고 돌아오는 저녁나절

어김없이 따끈하게 차려주시던

온정의 보리 밥상 잊어갔네

 

도회지에는 쌀밥만 먹는다지

보리는 볶아 차로 마신다지

그럴 바에는 차나무를 심을까 보네

 

허기를 잊은 사람들은 천민 밥그릇이라고

천년 동행을 엎어버렸네

 

곡기 없는 푸른 차밭에서

이 겨울

흑백사진 속 어린 보리싹

아득한 통증을 어루만져 보네



김용철 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2004스토리문학신인상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문학공원 동인

하동문인협회 동인

 

시집

태공의 영토(2008, 문학의 전당)

지느러미로 읽다(2010, 우리글)

물고기좌부나비(2013, 참샘)

나비다(2016, 참샘)

화개(2023, 문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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