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
2024-05-09 15:47
76
0
22호
본문
몽유도원
숲길에
발그스레 취한 빈 소주병이
마법에 걸려 꿈꾸고 있다
어쩌자고, 골짜기 깊어
벼랑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지친 어깨 두드리며 쉬어가라 하고
이끼긴 바윗돌은 뭉게구름이고
나뭇잎은 팔랑팔랑 천마리 나비라
배낭 속 소주병은 별을 보고 가자고 보챘겠지
드르렁드르렁 탱크를 몰고
전장으로 달려가다가
애드벌룬 부풀려 동화의 나라를 찾아간다
히죽거리며 황홀한 뒷골목을 걷기도 하고
풀벌레 날아와 입술 더듬는데
수라상 섭렵하는가,
입맛 다시는 목젖의 물결이 높다
소주병을 걸어 나온 영혼은
손오공 솜털의 분신을 빌려
일상사 잊어버리고
전생과 후생을 근두운 타고 노닐고 있다
김용철 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2004년 《스토리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문학공원 동인
하동문인협회 동인
【시집】
『태공의 영토』(2008, 문학의 전당)
『지느러미로 읽다』(2010, 우리글)
『물고기좌부나비』(2013, 참샘)
『나비다』(2016, 참샘)
『화개』(2023, 문학공원)
E-mail : y9860@naver.com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