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저쪽
2023-11-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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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본문
가을의 저쪽
꼴망태기 부러 놓고
아직 뜸 들든
뜨거운 밥 후후 불며 책 보따리 챙겼지
깜장 고무신 바닥에 진흙이 스며들고
하굣길, 돌 복숭아는 익었나
알밤은 여물었나
구구단은 가을 벼메뚜기처럼
제멋대로 뛰어다녀서
회초리는 종아리를 후려쳤지
학교를 박차고 마산 공장으로 도망친
작은 형아 소식을
빨간 자전거가 전해주는데
땀에 젖어 잉크 자국은 얼룩져
퍼렇게 멍들어 있었지
서럽게 뛰쳐나가고 싶던
그 시절이 아려오네
돌아갈 수 있다면
어머니 앞치마에 밥풀데기처럼
아버지 사랑방 말간 창호지
문고리처럼
오래오래 볼 비비고 싶네
김용철 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2004년 《스토리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문학공원 동인
하동문인협회 동인
【시집】
『태공의 영토』(2008, 문학의 전당)
『지느러미로 읽다』(2010, 우리글)
『물고기좌부나비』(2013, 참샘)
『나비다』(2016, 참샘)
『화개』(2023, 문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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