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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2023-08-02 14:53 7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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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산에는

부조화라는 것이 없다

산길에서 만난 썩은 나무둥치도

비탈을 굴러 내려온 바윗돌도

낡은 오두막 앞 벤츠 자동차도

냇물을 막아 물놀이하는 수영장 아닌 수영시설도

 

지리산에서는

유통기간 지난 쉰내 나는 막걸리 한 사발도

사람과 식물이 나누어 마시며 탈 없이

조화롭다

 

똑같은 하늘도

지리산에서는 하늘을 뚝 떼어

산소통에 담아 팔아먹는 봉이 김선달이 있을 만큼

맑고 감성적이다

 

지리산에 사는 나무는 궁핍한 나무도 없고 부유한 나무도 없다

모두가 비탈진 언덕에서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균형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농기구 보관하려고, 민박 손님 한 팀 더 받기 위해

형식 없이 달아낸 가건물 마저도

지리산에서는

웃자란 담쟁이 넝쿨과 푸른 대숲, 감나무 가지에 어울려

자연스럽게 생명력이 팔딱 인다

 

흙 한번 안 묻히고 살아온 사람들도

지리산에 들면

찻잎을 따고 감자를 심고 꿀벌을 돌보며

감나무처럼 돌배나무처럼 뿌리 내려

떠날 줄 모른다



김용철 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2004스토리문학신인상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문학공원 동인

하동문인협회 동인

 

시집

태공의 영토(2008, 문학의 전당)

지느러미로 읽다(2010, 우리글)

물고기좌부나비(2013, 참샘)

나비다(2016, 참샘)

화개(2023, 문학공원)

 

E-mail : y98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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