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호정 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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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15호

 귀촌     길냥이문 앞에 생쥐 한 마리 물어다 놓았네허기진 겨울 야생에서사냥했을 귀한 식량허리띠 졸라매고 상 차려 놓았겠지품을 수 없는 이웃의 사랑 방식   고맙지만 너나 먹어라던져 버릴까 싶다가슬며시, 살아온 관념에…

하동타임즈 2024.02.20 30

가출 14호

가출     산사 툇마루 밑에머루 빛 눈동자가 엎드려 있다   보고 듣고 짖으며 세상 이치라고 익힌 습성을고기 한 덩어리 탐내다가부지깽이로부터 도망쳐살아온 경계를 벗어나 왔겠지   먹다 던져 줄 뼈다귀도 없고쟁기질 싹…

하동타임즈 2024.01.16 45

숨 쉬어, 화개 13호

   숨 쉬어, 화개 화개장터 구경하고하룻밤 쉬었다가 오자고왔다지   계곡의 맑은 물은 시간의 추를 녹여 흘려보내고아름드리 숲은 별빛의 날개 맞닿아 있어무심결에 주저앉은 화개었다지   낚시하다 고사리를 꺾다돌…

하동타임즈 2024.01.12 32

인생 12호

인생     배를 타고 가는 거야위험한 파도를 안간힘을 다해 부레를 부풀러조각배등 푸른 조각배 타고, 인생의바다를 건너는 거야   두더지처럼 땅속에 숨지마   불새는 없지한 세대는 태어나고한 세대는 떠나는 거야 삶은 …

하동타임즈 2024.01.03 46

아버지 11호

 아버지     빗방울을온몸으로 막아오던 오래된 우산팽팽한 긴장이 뚫렸다   흘러내린 마음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하늘을 보기까지얼마나 억척스럽게 살아왔든가살자고 외면한 하늘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n…

하동타임즈 2023.12.15 48

산골 과외 10호

 산골 과외 세상을 높이 날아신화를 꿈꾸는 봉황의 날갯짓이 아니었어   학원이 논밭이었던 아이들포로롱 날아들녘에서 재잘재잘낱알을 일구는 참새 같았지   새소리 벌레 소리 햇살과 비바람 소리울퉁불퉁 숲속의 발자국 소리냇물과 바윗돌…

하동타임즈 2023.12.04 41

가을의 저쪽 9호

    가을의 저쪽   꼴망태기 부러 놓고아직 뜸 들든 뜨거운 밥 후후 불며 책 보따리 챙겼지깜장 고무신 바닥에 진흙이 스며들고하굣길, 돌 복숭아는 익었나 알밤은 여물었나구구단은 가을 벼메뚜기처럼제멋대로 뛰어다녀서회초리는 종아리를 …

하동타임즈 2023.11.10 42

꿈속의 미로 8호

꿈속의 미로   지느러미 기워 물속에 들어갔네이 익숙한 편안함전생에 물고기였나좁은 수영장을 헤엄쳐 놀았네   기억을 꿈꾸듯은하의 바다 돌고래 부족   파도는 봄바람처럼 출렁이고눈꽃처럼 흩어지는 멸치 떼사랑은 하늘빛 닮아등 푸른 그녀…

하동타임즈 2023.10.23 53

오송 마을 7호

 오송 마을   아름드리 소나무 다섯 그루마을 수호신이었다지청학이 날아와 쉬어가고아이들 술래잡기하다 기대어 꿈을 꾸고마을 안녕을 바라는 당산제를 지내고천년 소나무 푸른 마을이었다지   마을 사람들소나무 그늘 아래 정자 짓고정담 나누다 …

하동타임즈 2023.10.17 65

마음의 기둥 6호

마음의 기둥   아프리카 뜨거운 벌판에바오바브나무는천년을 느린 걸음으로 제자리에 있다지가뭄과 홍수 불화산까지도넉넉한 몸짓으로 감싸 안으며맹수의 살기와 부족 간의 다툼도 예수나 석가처럼물끄러미 세월을 어루만지며하늘에 손 벌리지 말고태어난 땅에 믿음을 저버리지…

하동타임즈 2023.09.26 80

보리밭 5호

 보리밭   평사리 들녘 기슭에보리밭이 일렁이고 있다   한때는 화개골에도 불길 뜨거워사막의 모래 언덕처럼황금빛으로 익어가던 저 이삭들한때는 산이 깊어흉년의 소낙비로 시름 깊었던 저 이삭   어떤 이는 저 이삭을보릿고개 넘…

하동타임즈 2023.09.11 53

용소(龍沼) 4호

용소(龍沼)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담장을 느리게 넘나들던 구렁이큰비가 오던 어느 여름밤 떠내려와석삼년 살다가용이 되었다고, 용이 되기 위해 수행 중이라고   깊이를 알 수 없었다명주실 한 타래 깊이라 하기도 하고   물고기는 무…

하동타임즈 2023.08.17 72

화개장터

화개장터   바다를 거슬러섬진강 물길 헤치고 해산물 돛배에 싣고아니, 천축국 머나먼 뱃길 풍운을 싣고백제국 곡물 강길을 흘러신라국 토산물 지리산 재를 넘어세상 만물 펼쳐놓은   화개장터   서로의 삶을 사고팔았다지지구별 풍물이 어…

하동타임즈 2023.08.03 78

으름밭

으름밭 먼 옛날 화개동천 깊은 산골에잇몸이 드러나도록 항상 웃는사람들이 살았다지흉년들어 보릿고개 깊어도살가운 사람 머나먼 길 떠나보내도산봉우리 높아 비탈진 가난을나누어 먹으며슬픔을 비우고 순박한 웃음으로 살았다지   키 큰 나무 붙잡고 올라햇살 한…

하동타임즈 2023.08.03 71

지리산

 지리산   지리산에는부조화라는 것이 없다산길에서 만난 썩은 나무둥치도비탈을 굴러 내려온 바윗돌도낡은 오두막 앞 벤츠 자동차도냇물을 막아 물놀이하는 수영장 아닌 수영시설도   지리산에서는유통기간 지난 쉰내 나는 막걸리 한 사발도사람과 …

하동타임즈 2023.08.02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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