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호정 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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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 습지 20호

 설산 습지     화개골 높은 산에히말라야 설산 영험한 기운 맞닿아암자 하나 세우고햇살과 바람과 눈 비그 마음을 드나들며 고요를 소통하는 스님이 사셨다는데   훗날, 스님의 샘터를 끌어산사자리 논을 일구어벼를 숭배하는산…

하동타임즈 2024.04.29 63

쌍계 석문 19호

쌍계 석문     천하를 들어 올릴 힘센 장사가 이 산중에 살았겠습니까호미 끝 닿는 곳마다 돌무더기 땅을일구려 한 삼태기 한 삼태기 파 내려간깊어 드러난 모습이겠지요   바윗돌 위에 천근 바윗돌이 명상 중입니다아니, 지나가는 세월…

하동타임즈 2024.04.26 47

화개 18호

화개     꽃 구경 왔다가 길을 잃었다지사방천지 꽃길 화개골을 헤매다가극락조 노랫소리 들었다지, 얼핏 넋을 잃고극락조를 기다리는 순간, 열매는 익어가고 열매를 따 먹다가 열매 속으로 들어가는비밀의 문을 보았다지   그 안에 …

하동타임즈 2024.03.25 40

봄을 그리다 17호

봄을 그리다       화구를 펼쳐놓고겨우내 스케치해 놓은 화개골에봄볕을 찍어 펑펑 벚꽃을 터트린다산 능선빗방울 뿌려, 연둣빛 그리고바구니에 진달래꽃 꺾어 담은 아낙이 찻잎을 따는 소곤거림과고로쇠 물 받아 지고오는 사내 느린…

하동타임즈 2024.03.12 40

연서 16호

연서   모두가 잠든 밤별똥별이랑 벚꽃잎 쏟아져 세상이 온통 꽃 더미 속에 깨어나면첫사랑 고백의 환생일까   꽃피우고 지는 봄날밤새 수런거리던다디단 꽃내음   나는 몰랐네가슴 저미며 가만히 꽃비를 맞았을 뿐인데 첫사랑 곁에 내…

하동타임즈 2024.02.21 44

귀촌 15호

 귀촌     길냥이문 앞에 생쥐 한 마리 물어다 놓았네허기진 겨울 야생에서사냥했을 귀한 식량허리띠 졸라매고 상 차려 놓았겠지품을 수 없는 이웃의 사랑 방식   고맙지만 너나 먹어라던져 버릴까 싶다가슬며시, 살아온 관념에…

하동타임즈 2024.02.20 44

가출 14호

가출     산사 툇마루 밑에머루 빛 눈동자가 엎드려 있다   보고 듣고 짖으며 세상 이치라고 익힌 습성을고기 한 덩어리 탐내다가부지깽이로부터 도망쳐살아온 경계를 벗어나 왔겠지   먹다 던져 줄 뼈다귀도 없고쟁기질 싹…

하동타임즈 2024.01.16 61

숨 쉬어, 화개 13호

   숨 쉬어, 화개 화개장터 구경하고하룻밤 쉬었다가 오자고왔다지   계곡의 맑은 물은 시간의 추를 녹여 흘려보내고아름드리 숲은 별빛의 날개 맞닿아 있어무심결에 주저앉은 화개었다지   낚시하다 고사리를 꺾다돌…

하동타임즈 2024.01.12 42

인생 12호

인생     배를 타고 가는 거야위험한 파도를 안간힘을 다해 부레를 부풀러조각배등 푸른 조각배 타고, 인생의바다를 건너는 거야   두더지처럼 땅속에 숨지마   불새는 없지한 세대는 태어나고한 세대는 떠나는 거야 삶은 …

하동타임즈 2024.01.03 61

아버지 11호

 아버지     빗방울을온몸으로 막아오던 오래된 우산팽팽한 긴장이 뚫렸다   흘러내린 마음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하늘을 보기까지얼마나 억척스럽게 살아왔든가살자고 외면한 하늘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n…

하동타임즈 2023.12.15 59

산골 과외 10호

 산골 과외 세상을 높이 날아신화를 꿈꾸는 봉황의 날갯짓이 아니었어   학원이 논밭이었던 아이들포로롱 날아들녘에서 재잘재잘낱알을 일구는 참새 같았지   새소리 벌레 소리 햇살과 비바람 소리울퉁불퉁 숲속의 발자국 소리냇물과 바윗돌…

하동타임즈 2023.12.04 51

가을의 저쪽 9호

    가을의 저쪽   꼴망태기 부러 놓고아직 뜸 들든 뜨거운 밥 후후 불며 책 보따리 챙겼지깜장 고무신 바닥에 진흙이 스며들고하굣길, 돌 복숭아는 익었나 알밤은 여물었나구구단은 가을 벼메뚜기처럼제멋대로 뛰어다녀서회초리는 종아리를 …

하동타임즈 2023.11.10 54

꿈속의 미로 8호

꿈속의 미로   지느러미 기워 물속에 들어갔네이 익숙한 편안함전생에 물고기였나좁은 수영장을 헤엄쳐 놀았네   기억을 꿈꾸듯은하의 바다 돌고래 부족   파도는 봄바람처럼 출렁이고눈꽃처럼 흩어지는 멸치 떼사랑은 하늘빛 닮아등 푸른 그녀…

하동타임즈 2023.10.23 61

오송 마을 7호

 오송 마을   아름드리 소나무 다섯 그루마을 수호신이었다지청학이 날아와 쉬어가고아이들 술래잡기하다 기대어 꿈을 꾸고마을 안녕을 바라는 당산제를 지내고천년 소나무 푸른 마을이었다지   마을 사람들소나무 그늘 아래 정자 짓고정담 나누다 …

하동타임즈 2023.10.17 77

마음의 기둥 6호

마음의 기둥   아프리카 뜨거운 벌판에바오바브나무는천년을 느린 걸음으로 제자리에 있다지가뭄과 홍수 불화산까지도넉넉한 몸짓으로 감싸 안으며맹수의 살기와 부족 간의 다툼도 예수나 석가처럼물끄러미 세월을 어루만지며하늘에 손 벌리지 말고태어난 땅에 믿음을 저버리지…

하동타임즈 2023.09.26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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