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을 보다
2025-03-0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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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본문

자연인을 보다
지리산 원시림 산속
무색의 거미가 사냥을 나선다
접착력 잃은 그물을 메고
몇십 년 전 전설을 더듬어
조각배 노 저어 그물을 던진다
지난날
한 일가가 자급자족한 영지였다는데
보리밭은 녹슨 덫에 걸려 죽고
무성한 억새풀 날 선 이파리 서걱이고
산짐승 발자국만 어지러운 숲속
근위병도 없고 마부도 없고
따뜻한 성찬을 차려낼 공양모는 없어도
강아지 한 마리 곁을 지켜주고
모닥불에 보글거리는 밥 냄새
여기가 해방구라고
이곳이 잃어버린 영지라고
무색채그물을 휙휙 던지고 있다
김용철 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2004년 《스토리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문학공원 동인
하동문인협회 동인
【시집】
『태공의 영토』(2008, 문학의 전당)
『지느러미로 읽다』(2010, 우리글)
『물고기좌부나비』(2013, 참샘)
『나비다』(2016, 참샘)
『화개』(2023, 문학공원)
E-mail : y98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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