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2024-05-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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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본문
어머니
정화수도 말라버린 쓸쓸한
장독대에
텅 빈 항아리 계십니다
가난한 집에 시집오셔서
맹물만 드셔도 배부르다고 하시던 당신
단단한 메줏덩어리
세상인심으로 맛 들여놓으시고
생 무우 배추 품어 겨우내
뜨거운 상 차려 놓으시던 당신
맵고 매운 고춧가루 같은 시집살이
소금 한 양푼보다 많은 짜디짠 눈물
속으로 삭이시고,
말간 고추장 맛 다디달았지요
풍랑이 일고 꽃피워 돛배가 떠다니고
망망대해 별빛 건져 올리시던 시절 지나
아들딸 썰물 되어 빠져나가 버린
외로운 장독대에서
바다 같은 가슴 속에는
차마 떨치지 못한 세월
서글픈 햇살만 가득 하시겠지요
김용철 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2004년 《스토리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문학공원 동인
하동문인협회 동인
【시집】
『태공의 영토』(2008, 문학의 전당)
『지느러미로 읽다』(2010, 우리글)
『물고기좌부나비』(2013, 참샘)
『나비다』(2016, 참샘)
『화개』(2023, 문학공원)
E-mail : y98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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