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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5-12-10 14:58 11 0 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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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57. 떠나는 과학기술 인재를 잡아라!

 

 

제가 어렸을 때는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수능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이 대부분 의대로 쏠리고 있습니다. 왜 학생들이 과학자가 아닌 의사나 교수가 되고 싶어 할까요? 교수는 정년이 보장돼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고, 의사들은 면허를 취득하면 의사 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2030 이공계 석박사 62%‘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대, KAIST, 포스텍 등 이공계 주요 5개 대학이 거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이런 상황은 의대 쏠림 현상이 보여주듯이, 연봉과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같은 정책 불안정성, 단기 성과에 급급한 연구비 제도 등이 원인입니다. 일단 해외 이직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연봉입니다. 미국 등 해외가 한국의 두 배이고 10년이 지나면 격차는 3배 이상 높아집니다. 미국과 중국이 자본력을 앞세워 전 세계 AI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중입니다.


지난 10월 말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치맥 회동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젠슨 황이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약속해서 온 나라가 들썩였습니다. GPUAI 모델 학습과 운영에 필수적인 장치인데 돈이 있어도 못 구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산업 현장은 정작 GPU를 돌릴 인재가 부족해서 마냥 웃을 수 없습니다. AI 반도체 칩이 26만 장 국내로 들어오면 관련 전문가가 최소 몇 배에서 수십 배까지 필요합니다.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이 치열한 인재 유치 경쟁을 하는 가운데 해외 인력의 몸값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KBS 다큐멘터리 <인재 전쟁>을 봤습니다. 중국 천재들이 의대가 아닌 공대로 몰리고 있었습니다. 중국 과학기술계의 원사(院士)’들이 공항 VIP 전용 통로로 들어가고 정부로부터 주택을 제공받고 있습니다. 국보급 인재로서 차관급에 준하는 예우를 받으며, 정년 없는 연구활동과 연구비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어서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이러한 지원은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이민자에게 빗장을 잠그는 미국도 과학기술 인재에게만은 문호를 개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부랴부랴 118일에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략 및 연구개발 생태계 혁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중국의 원사를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내년 말부터 5년 동안 매년 20명씩 국가과학자를 선정하고, 매년 1억 원의 연구활동지원금을 지급합니다. 지원 기간은 10년 정도를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KAIST 공대 B교수는 1억 원의 연구 지원금은 솔직히 메리트가 없다. 중국이 수억 원의 연봉에 주택, 자녀학자금까지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한 매년 20명씩 선정하는 국가과학자와는 별개로 박사 3, 4년 차만 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젊은 과학자2백 명씩 선발할 계획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젊은 연구자가 장기 주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 환경을 보장합니다. 2030년까지 AI, 반도체 등 핵심 전략기술 분야에서 해외 연구자 2천 명을 유치하는 것도 목표입니다. 일부 첨단산업 분야에만 주던 톱티어 비자를 전체 R&D AI 분야 종사 외국인에게 준다고 합니다.


생성형 AI 경쟁에서 한발 늦은 한국은 피지컬 AI’를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피지컬 AI는 로봇, 자율주행, 센서 등 AI가 물리적 환경과 결합해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입니다. 젠슨 황도 이제는 피지컬 AI 시대라고 선언하고 한국은 소프트웨어, 제조업, AI 기술을 모두 가진 드문 나라라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이번 정부의 과학 정책과 예산이 지나치게 인공지능 AI에 쏠려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저 역시 AI뿐만 아니라 기초과학 연구를 위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mail: nim19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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