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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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52) 당신은 히어로, 진짜 영웅입니다
신문 광고를 보고 감동한 적이 있습니다. 신문 한 면을 크게 차지한 사진은 소방관이 사용한 방염 장갑이었습니다. 그 장갑은 실밥이 터지고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진 아래 이런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혹시 한 사람을 더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가능성으로 불길에 뛰어든다. 혹시 당장 출동할지 모르니까 불어나는 짜장면보다는 볶음밥을 시키고, 혹시 오늘 출근이 마지막일지 모르니까 늘 집을 깨끗이 정리하고 출근한다. 그렇게 혹시 모른다의 가능성으로 소방관은 움직인다.”
2022년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 출동한 이후 우울증을 앓던 소방대원이 트라우마로 고통받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습니다. 인천 소방대원 박모 씨(30)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뒤 우울증 진단을 받고 여러 차례 병원 진료와 심리 상담을 받았습니다. 경남 고성소방서 소속 남모 씨(44)는 당시 용산소방서 화재진압대원으로 투입됐습니다. 이후 지속적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다가 고향인 고성으로 근무지를 옮긴 상태였습니다.
서울 마포소방서 구조대원이었던 김 씨(48)는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해 다음날 아침 6시까지 80~90구의 주검을 정신없이 한곳으로 옮기던 일이 기억 속에 선명해서 견디다 못해 퇴직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제가 특전사에서도 버텼는데 이태원 참사 이후에는 그런 것 관계없이 너무 힘들었어요.”
한 달 새 2명의 젊은 소방관이 사망하면서 참혹한 구조 현장에 투입되는 대원들의 마음 건강을 살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형 참사 현장에 출동하여 참혹한 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소방관들은 트라우마(PTSD.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노출될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소방청이 지난해 소방관 6만 10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방관의 45%가 출동 벨 소리에도 심장이 ‘쿵쿵’ 하는 등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 전체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회복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소방관은 반복적인 트라우마에 노출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문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처럼 참사 현장 출동으로 인한 강한 트라우마를 겪는 환자는 퇴직 후에도 평생에 걸쳐 치료를 돕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입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에서는 2023년부터 ‘소방관 트라우마 119 아카데미’를 신설해서 PTSD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심신 안정법 강연과 자율신경계 정밀검사, 트라우마 최적화 중재치료, 고압산소치료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를 수료한 소방관 강모 씨는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마음을 조절하고 지킬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라며 “도움이 필요한데도 망설이는 동료들이 많이 알고 참여하기를” 부탁했습니다.
소방청은 지난해 업무계획에서 순직 소방관 유가족의 생계 자립 방안을 마련하고, 유자녀의 교육 지원을 늘리고, 투병하는 소방공무원들을 위해 간병·치료비 상향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유가족 대상 ‘마음 치유’ 프로그램의 하나로서, 15명의 순직 소방관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여행을 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아픔을 나눴습니다. 참석자들은 “나만 아픈 줄 알았는데 여기 오니 나보다 더 아픈 가슴도 많다. 자식들이 이어준 인연이니 계속 연락하며 지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2001년 3월 4일에 발생한 서울 홍제동 다세대주택 화재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서부소방서 소속 소방관 6명이 홍제동 화재 현장에서 시민 7명을 구조한 뒤 “건물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에 다시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가 순식간에 낡은 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6명 모두 순직하였습니다. 참사 발생 23주기를 맞아 최근에 화재 참사 인근 도로에 ‘소방영웅길’이 생겼습니다.
묵묵히 시민 곁을 지키는 우리들의 히어로! 소방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및 ‘문학나눔’ 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 및 ‘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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