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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5-08-08 15:53 28 0 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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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50. 더위를 이기는 법

 

 

며칠째 전국에 폭염 특보가 발효 중입니다. 최고 40도에 육박하는 극한 폭염과 열대야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시는 태양열을 흡수하는 콘크리트와 벽돌, 아스팔트 등으로 덮여 있으며 녹지가 많지 않고 에어컨 실외기가 내뿜는 열기 때문에 열섬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도시를 잇는 철도 선로가 휘거나 전선이 녹아내리기도 합니다.

올여름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이 3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사망자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온열질환은 무더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급성질환입니다. 주요 증상으로는 두통, 어지러움,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이 있습니다. 방치하면 열사병이나 열탈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온열질환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며칠 전까지 병원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 중 40대 이하 비중이 41%에 달했습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도 폭염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외부활동을 오래 하면 충분히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연일 최고 40도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도쿄에서만 지난달 123명이 열사병으로 숨졌습니다. 실내 사망자 중 79명은 사망 당시 에어컨을 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옛 속담에 오뉴월 더위에 염소 뿔이 물러 빠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옛날에도 더위는 대단했습니다. 그러면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던 그때,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더위를 이겨냈을까요?


옛사람들은 바람이 잘 통하는 모시나 삼베옷을 입었습니다. 윗도리 안에는 등나무를 엮어 만든 등거리를 입어 옷이 달라붙지 않도록 하고, 밤에는 대나무로 만든 죽부인을 껴안고 잤습니다. 부채로 바람을 일으키고 부채에 써놓은 청량한 글 역시 더위를 잊게 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가장 흔한 피서법은 계곡의 맑은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이었습니다. 탁족은 몸만 시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깨끗하게 씻는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정의 <노옹탁족도>, 최북과 이경윤의 <고사탁족도> 그림에서도 선비의 피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피서법은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것이었습니다. 조선 숙종 때 윤증은 더위라는 시에서 누가 이 더위를 벗어날 수 있을까/ 더위 식힐 음식도 피서 도구도 없으니/ 조용히 책을 읽는 게 제일이구나.’라며 독서를 최고의 피서로 쳤습니다. 정조 임금도 더위를 물리치는 데는 책 읽기가 최고다. 책을 읽으면 몸이 치우치지 않고 마음의 중심이 선다. 그래서 바깥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움직일수록 더위가 더해지니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겨울에는 무더위를 대비해 강이나 호수에서 얼음을 채취해 얼음창고인 빙고(氷庫)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썼습니다. 귀한 물품이었던 얼음을 다루는 창고는 나라에서 운영했는데, 한양에는 종묘 제사를 위한 동빙고, 신하와 어려운 백성을 위한 서빙고, 왕실 전용 얼음을 위한 내빙고가 있었습니다.


최근의 폭염 때문에 냉방 비용이 증가하고 온열질환에 따른 의료비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배우경 교수는 폭염이 익숙치 않아서 더우면 더울수록 팔다리를 내놓고 더위를 피하려 하는데, 이 경우 신체 수분이 빨리 날아가면서 열 조절 능력이 떨어져 몸속 체온이 빠르게 오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40도가 넘는 기온이 일상인 중동에서는 아무리 더워도 몸을 최대한 가리고 다닌다. 그들은 직사광선을 피하고 낮에 활동을 줄이는 등의 생활 수칙이 몸에 배어 있다고 덧붙입니다.

전문가들이 이제는 폭염이 일상인 시대에 맞춰 생활 방식 등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스페인에서는 2022년 폭염에 이름을 붙이고 태풍이나 허리케인처럼 분류 체계를 만들어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과 독일도 기후 위기에 대처할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폭염을 피해 도망가지 못할 바엔 곁에 두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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