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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5-03-04 16:26 18 0 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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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40. 손흥민의 70-70 업적과 도움의 의미

 

 

언제부턴가 신문에서 스포츠 기사를 제일 먼저 챙겨 봅니다. 양쪽으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반칙과 욕설이 난무하고 제한 시간 없이 이어지는 정치 기사에 신물이 나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스포츠 기사 안에 가끔 스타 선수에 대한 뒷담화나 판정 시비가 있긴 하지만, 정해진 룰 안에서 경쟁하고 경기 종료 후에는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며칠 전에 손흥민이 또 하나 새로운 업적에 도달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통산 70-70도움! 이것은 골도 잘 넣고 어시스트도 잘해야 할 수 있는 기록입니다. 직접 득점을 마무리 짓는 해결사 역할은 물론 좋은 패스를 공급하는 도우미 능력까지 두루 갖춰야 이룰 수 있습니다.


EPL에서 통산 7070도움은 손흥민이 역대 11번째 기록이라고 합니다. 프리미어리그를 빛낸 숱한 영웅들도 70-70 클럽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손흥민 기록의 진가는 빛납니다. 통산 70골 이상 기록한 선수는 52명이지만, 이들 중 70개의 도움도 같이 기록한 선수는 많지 않습니다. ‘황금의 오른발로 불리는 베컴은 손흥민보다 어시스트는 많지만 득점이 62골로 적습니다. 반대로 EPL 역대 득점 1위를 자랑하는 앨런 시어러는 도움이 64개에 그칩니다. 손흥민이 베컴과 시어러도 이루지 못한 기록을 달성한 것입니다.

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70-70 클럽 나아가서 80-80 클럽이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나의 관심을 끈 것은 골의 숫자가 아닌 도움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즉 손흥민이 해결사이기도 하지만 조력자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는 점입니다. 골대 앞에서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다는 걸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가 득점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득점을 올리고 싶은 욕망이 매우 커서 실수를 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던가요.


축구 기사에서 골과 도움이라는 단어를 보자 최근에 읽은 따뜻한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한국판 헬렌 켈러와 설리번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대 스승과 제자의 사연입니다. 2016년 대구대 초등특수교육학과에 입학한 유장군 씨는 혼자서는 좋아하는 콜라병 뚜껑도 열 수 없을 만큼 심한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데다 가족도 없이 어렵게 대학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최성규(65) 교수는 학부 때부터 제자인 유 씨를 돌보고 보살폈습니다. 정부지원금으로 어렵게 생활하던 유 씨가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입학금 300만원이 없어 고민할 때도 최 교수가 입학금을 내주었습니다. 최 교수는 유 씨뿐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낸 장학금이 76백만 원이나 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유 씨는 일반대학원 특수교육학과에서 언어청각장애아교육 과정을 전공하여 이번에 문학박사 학위를 받게 됐습니다. 그는 학위수여식에서 우수연구상, 총동창회장상도 받습니다. 또한 박사과정 동안 7편의 논문을 단독 또는 제1저자로 작성하는 성과를 이뤄냈고, 2편의 논문은 국제학술지에 게재됐습니다.


졸업을 앞둔 유 씨와 퇴임을 앞둔 최 교수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수는 유장군 학생은 다른 학생들과 경쟁해서도 절대 뒤처지는 법이 없었고 오히려 저를 더 놀라게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주장을 무조건 수용하지 않고 의문을 품고 검증하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유 씨는 경제적으로 자립한 후 미국 유학을 다녀와서 최성규 교수님과 같은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최 교수는 퇴임 후 청각장애인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실천가로 활동할 예정이랍니다.


최성규 교수와 제자 유장군 씨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며 도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최 교수가 중증장애를 가진 제자 유 씨와 9년을 동행하며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유 씨가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그와 유사한 의미에서 손흥민의 70-70도움이 더욱 새롭고 값지게 느껴집니다.

도움을 주고받은 여러분,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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