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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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39. 굿뉴스 캠페인
2025년 새해가 밝은 지 두 달이 되었건만 국내외 정세는 여전히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 멕시코에서 진행중인 LG전자의 브랜드 슬로건 ‘라이프스 굿(Life’s Good)’ 캠페인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LG전자가 멕시코 방송사 밀레니오 텔레비지온과 손을 잡고 ‘좋은 뉴스도 뉴스다(Good news are news)’라는 방송 코너를 만들어 따뜻하고 감동적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불법 이민으로 추방당한 멕시코인 미구엘 로베르토씨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주위의 도움으로 바비큐 식당에서 다시 일하게 됐고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희망이 있다”며 “내가 낙관적인 이유는 삶은 좋은 것이니까요(Life’s Good)”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습니다.
그럼, 저도 제가 알고 있는 굿뉴스를 몇 개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2023년 8월 22일, 미국 뉴욕의 할렘 지역에 있는 식당 <만나스>에서 열린 모임입니다. 이날 뉴욕 거주 한인과 흑인 10여 명이 처음 만나 점심을 함께하며 소수인종으로서 겪었던 억울한 사연들을 공유했습니다.
팬데믹 직후, 뉴욕의 혐오 범죄 수가 급등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역사회에서 인종 간 교류가 줄어든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퍼지는 혐오는 확증된 것입니다. 인종이나 성 정체성이 다른 집단을 향한 위협과 그로 인한 공포심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그러자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빵을 나누며 연대하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행사가 열린 <만나스>는 한인 베티 박 사장(70)이 40여 년 운영해 온 식당으로, 흑인과 아시아계의 화합을 상징하는 장소로 손꼽힙니다. 박 대표는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개인 차원에서 대화로 이해하는 방법도 많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무력분쟁이 올해 1월 일시적 휴전협정에 합의했으나 다시 포성이 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유대인과 아랍인의 화해를 모색하는 시민단체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젊은 음악가들로 구성된 ‘서동시집 앙상블’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병원에서 일하는 젊은 의사의 절반은 아랍계인데 유대인과 아랍인 가리지 않고 환자를 봅니다.
아랍인이 유대인을 하마스로부터 숨겨주고, 그 아랍인은 이스라엘군에 죽을 뻔하다 유대인의 도움으로 살고, 그 유대인은 아랍인 덕에 목숨을 건진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서, 하마스 급습 때 아랍계 자전거 가게 주인은 유대인 어린이들에게 자전거를 무료로 나눠줘 대피를 도왔습니다. 하마스가 이를 알고 그 가게를 불태우자 이번엔 이스라엘 사람들이 돈을 모아 줍니다.
세 번째는 프랑스 중남부에 있는 작은 고원 마을 ‘비바레리뇽’ 이야기입니다. 인류학자 매기 팩슨은 ‘상황이 나쁠 때도 선하게 행동하는 공동체가 있을까? 목숨을 걸고 폭력에 저항하면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공동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비바레리뇽에서 그 싹을 찾아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비바레리뇽 주민 대부분이 나치에게 쫓기는 사람들을 숨겨주고 먹여주고 교육도 시키며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농부, 상인, 성직자, 교사 등 평범한 주민들이 이에 목숨을 걸었고 실제로 일부 주민은 처벌을 받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마을은 스페인 내전 때 피란민을 보호했고 지금도 아랍과 아프리카 난민을 받아들여 돌보고 있답니다.
매기 팩슨은 강조합니다. 비바레리뇽 주민들이 전쟁 중임에도 밤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을 때 문 뒤에 누가 있는지 모른 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어준 것처럼, 우리 모두 ‘사랑이 습관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금 대한민국은 12·3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탄핵, 내란혐의 수사가 이어지는 등 혼란한 정국입니다. 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옹졸했던 마음이 조금 넉넉해진 것 같습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및 ‘문학나눔’ 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 및 ‘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mail: nim19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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