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4-11-05 15:54 23 0 34호

본문

2e1476abadac55c94488510a91bc63e0_1730789659_4479.jpg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34. 배우 송승환의 엄청나게 긍정적인 에너지

 

 

요즘 재조명되고 있는 화제의 인물이 있습니다. 아역 배우로 데뷔해서 난타제작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등으로 활약해온 송승환(67). 그는 평창 올림픽 직후 발병한 황반변성과 망막색소변성증으로 눈앞 30cm 정도만 보이는 상태로 시각장애 4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시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최근 다시 연기자로 돌아왔습니다.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연극 <더 드레서>선생님역을 맡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치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그동안 송승환이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성공한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동아일보와 TV 아침마당 등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통해, 여러 번 엄청난 시련을 겪었고 그것을 극복하는 데 긍정적인 사고가 큰 역할을 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기자가 그에게 시력이 나쁜데 상대 배우 표정을 어떻게 읽느냐고 물었습니다. “얼굴을 보려면 30cm까진 다가가야 하는데, 무대에선 안 되니까 연습 때 영상을 찍어요. 영상을 최대한 확대한 뒤 상대 표정을 확인하고 그 표정을 외워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또 대본은 TTS(음성합성)로 듣고 외우며, SNS 메시지도 AI 스피커로 듣는다고 합니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싶지 않았느냐고 묻자 내 병의 후유증이 우울증과 자살이래요. 난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미국에 가서 권위 있는 의사를 만났는데 방법이 없대요. 굉장히 낙담해서 그날 밤 실컷 울었어요. 그러고 난 후 휴대전화 문자 확인부터 차근차근 생활과 연기를 계속할 방법을 찾아왔지요.”


그는 여전히 골프를 즐기며 재작년엔 홀인원을 했답니다. 공이 보이냐고 물었습니다. “골프장은 넘어져도 잔디밭이니까 굉장히 안전한 공간입니다. 중심 시력이 죽었고 주변 시력은 좀 살아 있어서 옆눈으로 보면 공이 솜뭉치처럼 조금 보여요. 그린에 올릴 때는 망원경으로 햇빛에 반짝이는 벙커나 큰 나무 같은 지형지물을 살피고 대강 감을 잡지요. 요점은 방법을 찾아내는 겁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자기 상황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긍정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걸 여러 번 실감했어요. 내일 도저히 막을 못 올릴 것 같았는데 막이 오르더라고요. 끝날 줄 알았는데, 다시 일어나더라고요.”


알고 보니 송승환은 중학 2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망했습니다. 본인의 방송국 수입으로 생계를 꾸렸으니 소년가장 역할을 했던 겁니다. 80년대 스타가 되면서 집안을 일으켰는데 또 망해서 번 돈을 한꺼번에 날립니다. 1985년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고 1997년에 난타를 성공시킵니다.


갑작스레 시력의 상당 부분을 잃었지만 2024 파리올림픽 개·폐회식 해설자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송승환. 그는 앞으로도 고통과 죽음뿐 아니라 닥칠 일이 많겠지만 이제 노역(老役) 배우로 연기를 계속하다 죽는다면 그게 행복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만약 누군가 고민 상담을 해 오면 뭐라고 할 거냐는 질문에는 봄에 했던 고민이 뭐였는지 크리스마스 때 기억이 나던가!”라고 명쾌하게 답했습니다.


송승환은 연극 <더 드레서>의 매력이 인간을 단편적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표현한 점에 있다고 봅니다. 연극에서 마음에 드는 대사로 필요한 건 망각뿐이지.’를 꼽았습니다. 그도 내후년이면 칠순입니다. 누구나 잊고 싶고 후회되는 일이 있는 법. 언제부턴가 조금 손해 보니까 인생이 편한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저는 그의 긍정적인 면모에 이끌려서 연극 <더 드레서>를 꼭 보고 싶었습니다. 113일까지 공연되는데 전석 매진으로 도저히 표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11월 말부터는 대구에서 공연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또다시 서울 공연을 재개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송승환이 온몸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립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