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본문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33. ‘코리아둘레길’을 걸어봅시다
한국판 산티아고 길이 열렸습니다! 대한민국 동해와 서해, 남해는 물론 북쪽 비무장지대(DMZ) 부근까지 아우르며 전 국토를 하나로 잇는 총길이 4544㎞ ‘코리아둘레길’이 지난달 23일 완성되었습니다. 하루에 20㎞씩 걸어도 약 8개월이 꼬박 걸리는 길입니다.
이 길은 단순한 장거리 걷기를 넘어, 세계적인 명품 걷기 여행 브랜드를 육성하고 지역 발전까지 도모하기 위해 2009년에 추진된 범정부 프로젝트입니다. 2016년 ‘해파랑길’(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총 50개 구간)부터 시작했습니다. 2020년 ‘남파랑길’(오륙도 해맞이공원~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 총 90개 구간)과 2022년 ‘서해랑길’(해남 땅끝~인천 강화도)에 이어 올해 9월 ‘DMZ 평화의 길’이 개통한 것입니다.
코리아둘레길은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며 걷는 길입니다. 규모 면에서도 해외 유명 트레킹코스에 뒤지지 않습니다. 세계적 걷기 여행길인 ‘산티아고 순례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프랑스 길(약 800㎞)의 5배가 넘고, 스페인 북부길(약 1500㎞)의 세 배나 됩니다. 미국 ‘애팔래치안 트레일’(약 3500㎞)과 뉴질랜드 ‘테 아라로아 트레일’(약 3000㎞)보다도 깁니다.
저는 코리아둘레길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대학 시절 속초에서 부산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보았던 풍경이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그때 작은 어촌 마을을 끼고 푸른 바다가 보였다 사라졌다 숨바꼭질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동해안 길을 꼭 한 번 걸어보겠다는 것이 차일피일 미루어져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남아있었습니다.
얼마 전 카카오는 ‘대한민국 한 바퀴 챌린지’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코리아둘레길을 2개월간 개인이 원하는 일정에 맞춰 걷고 인증하는 캠페인으로 챌린지에 참여할 도전자를 모집했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구급대원, 50대 주부, 히말라야를 등반한 여행가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도전자 45인을 최종 선발했습니다.
저는 챌린지에는 뽑히지 못했지만, 친구들과 해파랑길 걷기를 며칠 동안 실행했습니다. 첫날에는 ‘해파랑길 14코스’인 경북 포항시 구룡포항에서 호미곶등대까지 4시간 30분 코스를 걸었습니다. 다음날은 호미곶에서 구룡소를 지나 흥환보건소에 이르는 ‘해파랑길 15코스’ 5시간 길을 걸었습니다. 이 두 코스는 워낙 일출 명소로 유명한 곳이며 일본인 가옥거리 등 근대역사를 두루 살필 수 있었습니다.
셋째 날은 버스를 타고 강구터미널을 거쳐 영덕터미널에 도착하여 ‘해파랑길 21코스’를 찾았습니다. 그곳은 ‘영덕 블루로드B’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5시간 이상 숲길과 해안길을 오르내리며 대게마을을 지나갑니다. 코발트색 동해바다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장관입니다. 짧게나마 해파랑길을 걸어보았기에 버킷리스트를 실현한 듯 마음 뿌듯합니다.
‘하동군 남파랑길 47코스’를 검색해보았습니다. 남해대교교차로~하동포구공원~하동송림공원을 거쳐 하동읍 광평리 섬진교 동단에 이르는 길입니다. 길이 27.6km 소요시간 9시간 30분! 저는 다른 곳 두 배가 되는 거리와 시간 때문에 놀랐습니다. 남파랑길 총 90개 구간이 대부분 4~6시간 걸리는데, 하동에서 유일한 ‘하동 47코스’가 9시간 30분 걸리는 것은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걷기마니아들은 전세계에서 모이므로 하동 도착시간도 고려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현재 하동코스를 둘로 나누고 그 중간지점에 볼 것과 이야깃거리 등을 만들 수 있겠지요. 아예 한 코스 더 늘여서 섬진강 들녘을 지나 최참판댁을 둘러보고 화개장터까지 돌아본 후 광양 코스로 넘어간다면 훨씬 매력적인 코스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걷는 동안 코리아둘레길 걷기 플랫폼 ‘두루누비’ 앱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정표가 부실해서 수시로 길을 잘못 들어가곤 했습니다. 현재 전 구간에서 운영되는 29개 쉼터도 4500㎞가 넘는 코스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인프라와 서비스 확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및 ‘문학나눔’ 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 및 ‘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