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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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31.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짜’일까?
지금 우리는 어느 것이 가짜이고 어느 것이 진짜인지 참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경찰은 내년에 27억 원을 들여 딥페이크나 딥보이스 등 허위조작 콘텐츠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고 합니다. 조직범죄 특별신고보상금제도도 신설하고, 현재 활용하는 허위영상물 탐지기술의 고도화에도 5억 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추석이 포함된 9월에는 평소보다 보이스피싱(전화사기)과 스미싱(문자사기) 시도가 많고, 택배 배송사나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피해 예방을 위한 방법 중 택배를 받을 때 주의할 점은 평소에도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택배는 도착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수령해서 주소나 이름 같은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고유 정보가 담긴 운송장은 알아볼 수 없게 찢어서 버려야 합니다. 또 알지 못하는 사람의 링크가 달린 메시지, 특히 해외에서 온 경우에는 아예 접속하지 말아야 합니다.
얼마 전 남편이 휴대폰으로 대학 후배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 문자를 받았습니다. 장례식장 위치와 장지, 발인날짜 등 내용이 구체적이고 ‘마음 전하실 곳’이라는 표현과 함께 조의금을 보낼 수 있는 은행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남편은 바쁜 일을 하는 도중이었기 때문에 일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고 조의 메시지만 보내놓았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도 되기 전에 그 부고 안내문이 가짜 내용이니 절대로 조의금을 보내지 말라는 전화와 문자가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알고 보니 후배의 전화번호가 해킹당한 후 그와 같은 가짜 부고장이 뿌려진 것이었습니다. 그새 조의금을 보낸, 스미싱 사기에 걸려든 분이 여럿 되었답니다. 요즘 결혼 청첩장도 메시지로 주고받고 참석을 못 할 경우 축하금을 보낼 수 있는 계좌번호가 적혀 있곤 하더니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허위사실 조작이라는 점에서 문득 몇 년 전에 겪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아는 분이 친구한테서 받은 정보를 내 카카오톡으로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글의 제목이 ‘쥐새끼 같은 놈들 하는 짖거리 한 번 보세요!’였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전년도에 내가 다른 사람한테서 받은 글과 똑같은 것으로 ‘짓거리’를 ‘짖거리’라고 잘못 쓴 부분까지 그대로였습니다.
내용은 ‘국회의원이 65세를 넘어서 죽을 때까지 매월 120만 원씩 지급되는 국회의원 연금법이 통과되었는데, 이 법은 독도지킴이 예산안 168억을 취소시킨 것’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또 ‘이 금액은 우리 국민연금으로 따지면 매달 30만 원씩 30년간 저축해야 받는 금액입니다. 참고로 6.25전쟁 때 목숨 걸고 싸우신 우리 할아버지들의 목숨연금은 월 9만 원입니다.’ 라며 민심을 자극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글을 받자마자 인터넷에서 ‘국회의원 연금법’을 검색했습니다. 그랬더니 ‘최근 일부 SNS와 포털사이트 상에 국회의원 연금에 대한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며, 고의적인 유포자에게는 형사고발 등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문이 떴습니다. TV와 신문에서도 유포되고 있는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보도되었습니다.
하지만 해가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가짜뉴스가 떠돌고 있었습니다. 거짓 내용을 확인하지 않아서 그대로 믿고 흥분한 사람들이 문어발식으로 글을 뿌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설령 정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내 마음에 안 든다 해도 진실을 왜곡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이 ‘~카더라’ 통신을 이용해서 가짜뉴스를 남발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정보가 넘치고 넘쳐 과부화상태입니다. 그럴수록 어떤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나의 정보가 틀림없는지 출처를 확인하고,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한 후 타인에게 전달해야 할 것입니다. 온갖 ‘쓰레기’ 같은 거짓 정보 속에서 제대로 ‘분리수거’하는 작업이 더없이 중요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및 ‘문학나눔’ 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 및 ‘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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