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4-05-09 15:49 68 0 22호

본문

e426bdf0834d3d258ca7a5feb252cea8_1715237338_9443.jpg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2.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계절의 여왕 오월은 감사의 달입니다. 우리 집 마당에 목단과 으아리꽃이 한창이더니 자줏빛 작약이 곧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입니다. 때가 되면 다시 제자리를 찾아오는 꽃과 풀, 나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말, 부산에 이어 포천시에서 나의 소설집 아이 캔 두 이모를 위한 북콘서트가 있었습니다. 늦은 저녁 시간이었지만 많은 청중이 두 시간 동안 진지하게 경청하고 활발하게 질문을 해서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포천시는 가장 많은 독서동아리를 운영하는 지자체로서 74개 독서동아리가 있고 회원 수도 5백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영상을 즐겨보는 사람은 많은데 책 읽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아서 걱정스러웠는데 독서동아리 소식을 듣고 글 쓰는 사람으로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아이 캔 두 이모속에 실린 네 편의 단편소설 중 해 뜰 날의 작품 배경은 포천시(소설은 산천시)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주승민(실제 조철민 수의직 공무원) 선생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모습을 주로 그렸습니다. 그 점이 철밥통이라며 오해받았던 공무원의 활약상을 리얼하게 묘사해서 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 같습니다.

먼저 단편 해 뜰 날을 집필하게 된 배경을 말씀드리지요. 남편의 제자가 포천시 부시장으로 취임한 후 우리 부부를 초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비로소 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참으로 무서운 전염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국 돼지 230만 마리의 15%만 살처분되어도 경제적 피해가 23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니까요. 당시 포천은 소 3, 돼지 30, 1천만 마리를 키우는 경기도 축산의 최대 거점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파주와 김포의 돼지들이 살처분되는 긴박한 상황 속에 있었습니다.


저는 현장을 직접 돌아보고자 했고 관계자와의 면담도 요청했습니다. 특히 소설 속 주인공 주 선생이 일하는 방역 현장을 살펴보았는데 군인과 경찰, 공무원, 주민들 7백여 명이 매일 2명씩 2교대로 투입되어 163개소 돼지농장으로 진출입하는 차량과 사람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남녀직원 구분이 없었고, 여직원들은 화장실에 가기 어려워서 물과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토대로 단편소설 해 뜰 날이 탄생된 것입니다.

소설은 연극배우 김철희가 산천시로 아버지 지인의 일을 도우러 가면서 시작됩니다.

 

그동안 가축전염병은 먼 나라의 일이거나 가축 키우는 사람만 관심을 가지는 기삿거리라고 생각했다. 하루에 한 끼라도 고기를 안 먹으면 안 되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치킨에 맥주를 즐기면서도 그랬다. (63)

 

방황하던 김철희는 농사일을 돕고,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 주승민 선생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기 길을 찾아가게 됩니다.

 

남을 기쁘고 즐겁게 하는 일은 예술 분야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많았다. 그동안 연극을 한답시고 여기저기 설치고 다니면서 내가 대단한 일을 하는 양 으스대었던 것이 부끄러웠다.(74)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소설 속에서 철희가 본 것보다 더 놀라웠습니다. 작년 10, 조철민 수의사가 ASF뿐만 아니라 AI(조류독감)을 막아낸 후 과로로 쓰러져 앞니가 모두 부러지고 9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했답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쉽고 편한 길을 마다하고 묵묵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 선생님과 같은 인물이 이곳저곳에 많이 계십니다. 그들의 수고와 열정 덕분에 이 사회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저희는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심으로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어려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도 이 사회가 어떻게 지탱되고 있는지, 인생의 참다운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오월이었으면 합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