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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3-08-03 14:48 111 0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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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 초록별 살리기

 

외출해서 돌아오니 우체국 택배가 와 있었습니다. 문학인 단체인 문학의집·서울에서 펴낸 기후위기 대응 문학작품집 지구의 눈물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오래 전에 나도 작품을 내놓고 이제나 저제나 책이 나올까 기다리던 중이었기에 선 채로 훑어보았습니다. “지구의 눈물에는 시인, 소설가, 동화작가, 수필가 등 문인 1백 여 명의 글이 담겨 있습니다. 4부로 구성된 글은 제목만 훑어보아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의 잘못 우리의 잘못이니’ ‘멀리 와버렸어’ ‘바다 울음소리 들어 봐등 지구가 아프게 토해내는 한숨과 하소연, 절규와 눈물이 보입니다. 공광규 시인은 아예 지구에 불을 땐 나의 잘못이니...... 바이러스를 뒤집어쓰고 죽자. 피부병으로 죽자!’라고 자책합니다.


동물들의 눈물이라는 글에서 호주 캥거루라는 단어를 봤을 때, 20195개월 동안이나 지속되었던 호주 산불의 악몽이 되살아났습니다. 당시 호주 멜버른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이 보내준 사진 속 하늘은 잿빛이었고, 행여 불똥이 멜버른으로 튈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요. 그 산불로 대한민국 면적만큼 탔고, 30억 마리 동물이 사라졌고, 호주의 상징 코알라도 보호종이 됐다고 하지 않습니까? 최근에는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이 미국 뉴욕까지 영향을 끼쳐서 공항이 잠정적으로 폐쇄되고, 학교가 임시휴교를 하고, 사람들이 마스크를 다시 꺼내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구가 소리친다’ ‘우리나라가 통째로 가라앉고 있다라고 외치는 글이 더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저는 지구를 위한 독백이라는 글을 냈습니다. 퇴직한 남편이 몇 평 안 되는 마당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으며 괜히 손에 흙을 묻히는 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남편은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고추나 오이, 토마토를 키우고 지렁이라도 발견하면 영양분 많은 흙이라며 좋아합니다. 그런데 작년 봄부터 벌이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을 해대기 시작합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마당의 다래나무가 연보랏빛 꽃을 피울 때면 수백 마리 벌이 윙윙왱왱, 날갯짓을 했는데 벌이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국 각지에서도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져 양봉농가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살충제 사용, 면역력 저하, 기후변화 등을 추측할 뿐 확실한 게 없었습니다. 드디어 생물학자들이 그 이유를 찾아냅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꿀벌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숨을 과도하게 헐떡거려서 에너지가 증가하고 수명이 짧아져 급기야 죽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나, 빙하가 녹아내리거나 기습적인 폭우와 폭염, 극강 한파 같은 현상뿐 아니라 꿀벌의 집단 폐사도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니!

 

지구의 눈물에는 아껴쓰고 나눠쓰기부터 개인 승용차 덜 타기, 깨진 독에 꽃나무 심기 등 지구 생태계와의 상생을 도모하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출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 투명 플라스틱 반환요금제, 아이스팩 재사용하기, 탄소중립 포인트제도 등 자원순환을 위해 애쓰는 공공기관과 친환경 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들이 많아졌습니다. 2040년쯤이면 오존층이 회복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뉴스도 최근에 접했습니다. 오래간만에 가슴 뛰는 소식, 우리들의 작은 실천이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작품 개미에 열대성기후에 살다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장면 및 쥐들의 창궐 내용을 넣은 것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뜻이었답니다. 우리 작가들도 작품 속에 기후변화에 대한 작은 의미라도 새겨 넣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할 것입니다. “지구야, 울지 마! 늦었지만 우리가 네 눈물을 닦아주고 널 지켜줄게. 새파랗게 빛나던 네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 (소설가)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출간.

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 ‘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문학작가파견사업’ ‘내생애첫작가수업’ ‘길위의인문학선정.

지역 도서관 및 문화센터 글쓰기, 인문학 강의.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nim19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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