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4-01-12 15:33 97 0 13호

본문

f28524786940e31b3349b1a71b03996d_1705041171_9504.jpg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13) 사랑은 사랑을 낳고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 아침, 푸른 용이 떴습니다. ()은 푸른색, ()은 용을 의미하므로 올해는 푸른 용의 해입니다. 전설에서는 용이 도를 깨우치면 비늘의 색이 파란색이나 초록색으로 변해 청룡이 된다고 합니다.

용은 희망적인 변화를 상징합니다. 어느 미래 예측가는 ‘2024년은 대한민국이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변화와 변혁의 시기라고 진단했습니다. 비록 대립과 갈등은 있지만 그 속에서 화합과 재도약의 기틀이 마련된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도전을 크게 뛰어넘어 꽃봉오리를 활짝 피운 한국인. 우리 민족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욱 큰 힘을 발휘하지 않았습니까?


지난 연말, KBS <열린음악회>는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으로 채워졌습니다. 1백 년 동안 시민의 생명을 지킨 간호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였습니다. 1950~70년대 파독간호사들의 외화수입이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가깝게는 코로나19 당시 간호사들의 눈물겨운 희생, ‘코로나 영웅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입니다. 2020년 캠페인 문구처럼 재난 발생 때, 모두 그 현장을 떠날 때, 가장 먼저 그 현장으로 돌아오는 분이 바로 간호사입니다.

TV 속 간호사들이 초청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는 동안, 또 한 사람의 간호사가 제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저는 대학 1학년 겨울방학 때 강원도 양양에서 간호장교인 A언니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겨울밤 허허벌판에서 길을 묻는 저에게 어떤 대가도 없이 따뜻한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해주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밝히기도 전이었는데 여동생 또래의 여자를 위험한 곳에 놔둘 수 없어서그랬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30년을 넘는 동안 지켜본 A언니는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아픈 사람이 있는 곳이면 먼저 달려가고, 좋은 일을 해놓고도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 생색내지 않습니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으로 남미에 가서 2년 동안 간호사 임무를 수행하며 고생한 것도 나중에 알았답니다. A언니는 집으로 전화를 걸면 사랑합니다. 000입니다.”라며 받습니다. 병원에서 그렇게 인사한 것이 버릇이 되었답니다. 그녀처럼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하면 사랑의 마음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20224,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한 살 위 누나는 굶어 죽었고 17개월 혁재(가명)는 죽음의 문턱에서 구조되었다.’ 구조 당시 혁재는 또래 남자아이의 절반 몸무게였고, 말을 배운 적이 없어서 엄마와 아빠라는 말조차 할 줄 몰랐습니다. 기는 대신 엉덩이를 밀고 다녔습니다. 말로 표현을 못할 뿐 화가 많아서 물건을 던지고 사람을 깨물었습니다.


그런 혁재를 사랑으로 감싸 안은 분 K(52)가 계십니다. 부모 방임으로 갈 곳이 없어진 아이를 어른이 될 때까지 키워달라는 센터의 부탁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어두운 방에 갇혀 지냈기 때문에 밤이면 더 크게 우는 아이를 K씨는 매일 밤 안아서 달래고, 걸음마를 못 배운 아이의 다리를 주무르고, ‘씹는 연습을 시키기 위해 온갖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습니다. 그녀는 젖병에 집착하던 아이가 집에 온 지 4달 만에 다른 아이들처럼 물병에 달린 빨대로 물을 마시는 걸 보고 눈물을 흘렸답니다.


혁재는 이제 건강하게 뛰어다니는 네 살 어린이가 되었습니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K씨를 도와주겠다고 먼저 나서고,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화장실에 갈 때 까치발을 들어 전등을 켜드립니다. 사랑을 배우는 중입니다. 혁재의 친엄마는 현재 30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인데, ‘내가 사랑을 못 받았기 때문에 사랑을 주는 법을 잘 몰랐다고 교도소에서 반성문을 썼습니다. 저는 미움은 미움을 낳고, 사랑은 더 큰 사랑을 낳는다는 것을 믿습니다.

하동군민 여러분, 푸른 용의 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랑합니다! (소설가)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출간.

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 ‘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문학작가파견사업’ ‘내생애첫작가수업’ ‘길위의인문학선정.

지역 도서관 및 문화센터 글쓰기, 인문학 강의.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