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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3-10-23 15:52 120 0 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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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8) 우리 안의 동심(童心)을 만나는 시간

 

 

저는 애니메이션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마도 <라이온 킹><토이 스토리>를 보면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애니메이션은 어린아이가 보는 만화 영화인데하며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순수한 애니메이션이 어른들을 감동시키는 영화로 자리잡았고, 현실에 지친 어른들에게 힐링의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짱구나 도라에몽, 코난 등 대표적인 캐릭터 이름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작년 12월에는 1990년에 연재되었던 만화 <슬램덩크>가 애니메이션 영화로 개봉되어 중년층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지요. 그것은 어린 시절에 만화를 읽으며 감동받았던 이들의 추억을 자극한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코코>는 우리가 겪는 다양한 감정뿐만 아니라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죽음을 주제로 다루어 생각의 폭을 넓혀주기도 합니다.

, 여러분은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을 아십니까? 올해 6월 개봉한 <엘리멘탈>은 한동안 픽사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흥행에 고전했습니다. 픽사가 첫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선보인 이후 28년 만의 최저기록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봉 2주 후부터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하여 관객 500만을 돌파했고, 9월까지 70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국내에서 상영한 픽사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작이 된 것입니다.


그럼 그 내용을 잠깐 살펴볼까요?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불, , 공기, 흙 등 4개 원소를 의인화한 캐릭터들이 사는 도시인 엘리멘탈 시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이 한국을 떠나 뉴욕에서 이민자로 살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피터 손 감독이 영화 곳곳에 한국적인 요소를 녹여냈는데 그것이 흥행 요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즉 큰절하기, 매운 음식 먹기, 코리아타운 등을 변형해서 작품에 활용한 것입니다. 또 주요 스토리인 불과 물의 사랑도 한국인이 아닌 지금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면서 겪었던 일이 바탕이 되었답니다. 부모의 희생과 이에 보답하려는 장녀의 부담감 등도 한국인이 공감할 만한 정서로서 한몫을 했고, 관객들은 영화 속에 숨은 한국 문화를 발견하려고 N차 관람을 이어갔습니다.

픽사의 CG(컴퓨터 그래픽)와 영상미도 돋보입니다. 우선 물과 불이라는 원소의 특성! 광물에 발을 디딜 때마다 변하는 앰버, 앰버가 유리를 만드는 장면, 불과 물이 맞닿아 끓어오르거나 폭발할 때의 디테일이 인상적입니다. 결국 <엘리멘탈>의 역주행은 소재 자체의 힘, 한국적 정서, 보편적인 이야기와 화려한 비주얼의 조합이 입소문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속은 현실 세계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판타지 세상입니다. 어른들은 자라면서 판타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가상의 캐릭터가 있는 판타지 세상을 느낍니다. 즉 우리가 원하는 궁극적인 세상을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구현해볼 수 있습니다. 2시간 남짓 영화 주인공과 함께 보내는 동안, 나에게도 아직 동심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큰 감동을 맛보게 됩니다.


애니메이션 <슈퍼 배드>를 보러 혼자 영화관에 갔을 때 일입니다. 입구에서 방석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것은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게 의자를 높여주는 것이었는데, 마치 이발소나 미용실에서 아이들이 머리를 깎을 때 의자 위에 받침판을 올려놓는 것과 같았습니다. 어린이들은 영화 도중 자기 편이 이기면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쳤습니다. 또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치느라 애를 쓰면 모두 함께 한목소리로 이겨라” “잘한다응원을 보탰습니다. 그런 분위기들이 애니메이션 영화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그럼, 여러분도 이번 기회에 애니메이션 영화를 감상하면서 일상 속 스트레스와 현실의 문제를 잠시 잊는 건 어떨까요? (소설가)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출간.

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 ‘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문학작가파견사업’ ‘내생애첫작가수업’ ‘길위의인문학선정.

지역 도서관 및 문화센터 글쓰기, 인문학 강의.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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