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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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7) ‘키오스크’ 사용법을 아십니까?
저는 과천과 분당, 안양과 인접해 있는 경기도 의왕시에 살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동네에 무인 수퍼마켓과 무인 아이스크림점, 무인 카페가 여럿 생겼습니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무인 옷가게>가 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옷을 판다는 그 자체가 무척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주인 눈치 안 보고 옷을 이것저것 입어볼 수 있어서 좋겠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어떤 옷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지 추천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아쉬울 것 같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여하튼 앞으로는 주인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점포가 대세가 될 것 같습니다.
현재 하동 지역의 전반적인 디지털 기기 사용실태는 어떻습니까? 고령층이 대부분인 농촌지역에서는 아직 흔하지 않은 풍경이겠지만, 서울을 비롯한 도시에서는 무인점포와 아울러 카페나 식당 문을 열었을 때 마주하는 것이 ‘키오스크’입니다. 키오스크(kiosk)는 무인 주문기계를 말합니다. 즉 셀프 계산대처럼 스스로 선택과 결제를 하는 시스템입니다.
고물가에 재료비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키오스크 보급이 빨라지고 있는데, 업주 입장에서는 주문과 접수를 받는 인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어서 인건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하는 키오스크 한 대당 약 400만 원 정도이므로 키오스크를 2대 정도 배치하면 인력 4명을 줄일 수 있답니다.
요즘엔 키오스크뿐 아니라 자리에 앉아서 태블릿PC로 주문하는 ‘테이블 오더’와 ‘QR결제’, ‘모바일을 이용한 줄서기’ 등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삼사십 대 이하 젊은층은 직원을 만나지 않고 화면만 꾹꾹 눌러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가 훨씬 편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장년과 노년층에게는 키오스크가 크나큰 장벽입니다. 국수 한 그릇, 햄버거 하나 먹으려고 했는데 조작법을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아서 시간을 끌다가 초기화가 되기도 합니다. 결국 주문을 포기하고 나와서 점심을 굶었다고 하소연하는 사례를 많이 봅니다. 사실 저 또한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려면 기다리고 있는 뒷사람이 꽤 신경 쓰입니다. 그래서 서둘러 메뉴를 선택하고는 후회를 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키오스크의 주문과정이 너무 복잡한 것이 문제입니다. 맥도날드의 경우, 메인 화면에서 쿠폰을 쓸지 바로 주문할지를 고른 후, 매장에서 먹을지 테이크아웃할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메뉴 중에서 2단계를 거쳐 식품을 선택하고, 세트메뉴인지 단품인지를 골라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다른 메뉴를 추가하려면 위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주문내역’을 살펴본 다음 결제를 누르면 추가 사이드 메뉴 화면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카드를 쓸지 다른 결제수단을 쓸지를 선택합니다. 즉 메뉴를 선택한 후 7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메뉴와 옵션이 다양해서 복잡할 경우 직원이 헷갈릴 위험이 있어서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게 더 편리할 수도 있습니다. 또 햄버거-야채 빼기, 후렌치 후라이-소금 빼기, 탄산음료-얼음 빼기 등 더 세밀하게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매장도 있습니다. 화면에서 상품을 그림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메뉴판보다 보기 편한 장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과 대화가 어려운 사람이나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은 당연히 키오스크가 편리할 것입니다. 외국 여행 중 해당 언어에 서툰 사람에게도 요긴하다고 합니다. 화면이 외국어로 되어 있어도 음성언어보다 문자인식이 더 쉽기 때문이고, 일단 영어는 기본으로 적혀 있습니다.
이제 키오스크를 비롯해서 디지털 기기의 확산은 거부할 수 없는 물결입니다. 키오스크 사용법은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다른 어느 매장에서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키오스크가 좀 더 친절해져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글씨 크기를 키우고, 쉬운 말을 사용하고, 화면 구성과 조작방식을 단순화해야 할 것입니다. (소설가)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출간.
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 ‘문학나눔’ 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문학작가파견사업’ ‘내생애첫작가수업’ ‘길위의인문학’ 선정.
지역 도서관 및 문화센터 글쓰기, 인문학 강의.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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