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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3-09-26 14:47 102 0 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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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6) 품격 있는 말

 

 

지역도서관에서 인문학수업을 진행할 때였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여성회원이 다가와서 한 말이 생각납니다.

선생님, 삼식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편이 평생 고생하며 돈벌어왔는데 은퇴하고 쉬면서 세 끼 밥을 챙겨먹는다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그동안 애썼다, 감사하다는 말은 안 하더라도!”


그 당시에 유행하는 우스갯말로 한식님, 두식이놈, 삼식이새끼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한 끼만 먹으면 자를 붙이고, 두 끼를 먹으면 자를, 세 끼를 다 먹으면 새끼라고 욕을 한다는 것이죠. 저 역시 그런 표현은 농담으로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유머는 나도 즐겁고 상대도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팔만대장경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경전이 천수경인데 그 첫마디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입니다. 그 의미가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이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성경의 첫 머리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렇듯이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헌데 요즘 어른들 사이에서 막말이 난무하고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습니다. 또 학생들끼리 나누는 얘기를 들어보면 절반 이상이 욕입니다. 마치 욕을 많이 주고받아야 더욱 친하다는 의미로 정착된 듯합니다. 그것을 보고 어느 중견소설가는 저 애들이 씨팔, 존나, 존맛 등 욕의 원래 의미를 알면 저렇게 함부로 사용하지 않을 텐데......” 하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처음 대하는 사람일지라도 몇 마디의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품격(品格)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품격의 품()은 입구()자 셋에 격()자의 입구() 하나까지 더해서 네 개의 입구 자가 들어간 글자입니다. 입을 잘 활용하는 것이 사람의 품위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것이겠지요. 논어에서는 입을 다스리는 것을 군자의 최고 덕목으로 꼽았습니다. 군자의 군()을 보면, ‘다스릴 윤()’ 아래에 입구()’가 있습니다. ‘입을 다스리는 것이 군자라는 뜻이 됩니다. 세 치 혀를 잘 활용하면 군자가 되지만, 잘못 활용하면 한순간에 소인으로 추락하고 마는 것입니다.


말에 얽힌 이야기나 경고, 명언도 참 많습니다. 옛 사람들은 만 가지 화()의 근본이 입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하여 항상 말조심 할 것을 가르쳤으며 입 지키기를 병마개 닫듯이 하라고도 했습니다. 말의 위력은 참으로 엄청난 것이어서 말이 씨가 된다혹은 한 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얼마 전 퇴근 무렵에 안양 평촌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기사님이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고 그 많은 승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그 말이 회사원에게는 일하느라고 고생했다, 학생에게는 공부하느라고 애썼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나에게는 오늘 하루 무엇을 했든지 잘했다는 의미로 느껴져서 즐거웠습니다. 여러 사람들도 덩달아서 기사님,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버스 안 풍경이 환해졌습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인심이 사나워졌다고 합니다. 그럴수록 서로 격려하고 칭찬해주면 쌓인 갈등이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요? 밝고 따뜻한 말은 그것이 태양이 되어 그 빛을 향해 많은 사람이 따라온다고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밝은 말, 고운 말, 긍정적인 말을 더 많이 해야겠습니다. (소설가)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출간.

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 ‘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문학작가파견사업’ ‘내생애첫작가수업’ ‘길위의인문학선정.

지역 도서관 및 문화센터 글쓰기, 인문학 강의.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nim19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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