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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4-06-19 14:05 69 0 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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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5. 나이 들수록 인생이 재미있어진다고?

 

 

하동에 계신 팔순의 친정어머니가 위독해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연세에 비해 정정하시다고 마음 놓고 있던 터라 많이 놀랐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노년과 노환, 노후를 진지하게 생각해봅니다. 아무리 떠올려도 노년과 연관되는 단어는 밝거나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2019년 출간된 와카미야 마사코의 나이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미있어지네요라는 책을 읽고 마음이 한결 밝아졌습니다. 1935년생 와카미야는 아이폰 게임 앱을 개발한 82세 할머니’ ‘노인들의 스티브 잡스로 세상에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환갑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구입하고 컴퓨터 설치에만 3개월 걸린 컴맹 할머니가 히나단이라는 노인용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했다니!


와카미야는 회사를 퇴직한 직후인 60세에 컴퓨터 사용법을 익혔습니다.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집에 머물 시간이 길 거라는 생각에 집에 박혀서 수다를 떨 수 있는 창구로 컴퓨터를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간병과 수다라는 점만 고려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하면서 사교를 넘어 다양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타인과의 소통 용도로만 쓰이던 컴퓨터는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켰고, 20여년 후 앱 개발에 도전할 수 있게 했습니다. CNN에 기사가 나간 후 40여 개국에 뉴스가 전파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자신감이 떨어져서 자신의 행동을 제한하고, 새로운 시도는 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와카미야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구글 번역기 도움을 받아 해외여행을 갑니다. 또 앱 개발에 도전하고,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과 교류를 합니다. 그녀의 모습은 노후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그녀가 평범한 노인에서 게임 앱 개발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특유의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그녀는 건강을 위해 지나치게 식단을 조절하거나 잠자는 시간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무언가 할지 말지를 선택할 때 그저 자신이 즐거운가를 중심으로 사고하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싫은 일을 굳이 하지 않는다거나, 건강검진 결과보다 내 기분이 어떠한가가 중요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인생을 즐기는 게 건강에 훨씬 좋다는 식입니다. “미래가 걱정되어 저염식하며 현재를 희생하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 맛있는 된장국을 먹는 게 좋아요.”


와카미야는 해보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도 이 나이에 시작한들’ ‘여자인 내가 뭘’ ‘우리 회사에서는 어려워’ ‘여기는 시골인데하는 식으로 자기 의지 아닌 다른 요인 때문에 주저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안타깝다고 합니다. 그녀는 60세도, 80세도 여전히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나이라며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합니다.

20194, 출간기념으로 한국에서 북토크를 진행했을 때 한 말입니다.

 

젊은 사람도, 중년도, 갱년기도 모두 불안해요. 걱정 없는 세대는 없기 때문에 나이를 탓하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나이가 들면 나쁜 점이 있어요. 머리도 이도 빠지고, 돈도 없어지고, 친구나 가족이 먼저 가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라지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어요. 여든이 되어도 새로운 걸 채우면서 살면 마이너스가 플러스가 되기도 한답니다.”

 

와카미야는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깁니다. 엑셀 아트도, 앱 개발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많은 친구가 도와주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인터넷이나 봉사활동 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자기가 있다고 믿습니다. 게다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합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며 인생을 즐기는 그녀의 모습은 노후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우리의 편견을 깹니다. ‘이렇게 살 수만 있다면 나이 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라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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