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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4-06-13 16:07 97 0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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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4. 영상이 활자를 이길 수 있을까?

 

 

글보다는 영상이, 종이보다는 디지털 기기가 주목받는 세상입니다. 특히 숏폼(Short-form)이 정보 습득은 물론 재미까지도 빠르게 즐기고자 하는 MZ세대들에게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긴 영상이나 책 읽기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2023년 국민 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성인 10명 중 6명이 일 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30년간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입니다.


학생들의 문해력 점수가 2006년 이후 계속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유튜브를 검색 창구로 많이 사용해서 문해력이 하락하고 있다고 합니다. 텍스트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 안에 보고 싶은 내용만 보기 때문이랍니다. 국제 평가에서도 국어 역량의 추락세가 증명되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우리글이니까 쉬워야 하는데 영어보다 국어가 더 어렵고 낯설게 느껴져요.”

국어에서 외울 게 왜 이렇게 많아요? 암기 과목 같아요.”


이와 같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볼 때 우리 국어 교육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수능 문제 풀이에 급급해서 전체 글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말하기나 글쓰기가 부족한 것입니다.

MZ세대는 인터넷에 무엇이 뜨는지 관심이 많고 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특성과 함께 독서를 즐기는 방식도 색다릅니다. “학교 전자도서관 앱으로 전자책(e-book)을 읽어요. 스마트폰만 소지하고 있으면 터치 몇 번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독서=종이책이라는 공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규정한 방식으로 독서를 즐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명인이 읽은 책을 따라 사거나 자신의 독서 일상을 올리는 것이 최근 독서 트렌드입니다. 전형적인 독서 방식은 아니지만, 10대의 19.6%, 20대의 13.5%가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시청까지 독서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독서 문화가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텔레비전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상과 활자의 영향력 차이를 비교하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똑같은 책을 선정해서 한 팀은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또 한 팀은 종이책으로 읽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책 제목과 줄거리를 묻고, 인상 깊은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했습니다. 종이책으로 읽은 팀과 달리, 애니메이션을 본 팀은 책 제목을 기억하지 못했고 전반적인 책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영상을 넘어서는 활자의 힘이 엿보여서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종이 교과서나 필기도구 등은 점점 사라지고, 학교 수업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태블릿 PC나 노트북들! 그런데 최근 스웨덴에서 디지털 기기 대신 종이책과 손글씨 등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재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나치게 디지털화된 학습 방식 때문에 학생들의 기본 문해력과 쓰기 수준이 저하됐다는 비판에 따른 것입니다. 핀란드의 경우도 초·중학교 교실에서 종이책과 연필을 다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OECD수업 중에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면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문해력과 학업 성취도에 미칠 영향은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종이책과 디지털 콘텐츠의 강점을 활용해서 균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가끔은 드라마나 숏폼 대신 시집이나 소설을 읽고 싶은 것처럼, CD가 아닌 LP판으로 음악을 듣고 싶은 것처럼, 저는 활자와 글이 가진 사고의 깊이와 정서를 믿습니다. 어느 날 빠르고 역동적인 영상과 기기에 싫증이 날 때, 정감이 가는 활자와 아날로그를 찾아볼 것을 권합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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