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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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18. 선한 영향력이 일으키는 기적
“아파도 지금은 아프면 안 돼!”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지 벌써 한 달째입니다. 이 와중에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故 이태석 신부의 제자 2명이 전문의 자격시험에 최종 합격했다는 신문기사를 보았습니다. 최근의 의료 사태 때문인지 그 내용이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올해 제67차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인 토머스 타반 아콧(토머스)과 존 마옌 루벤(존)은 이태석 신부의 권유로 의사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2009년 한국에 유학을 와서 수단어린이장학회 도움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2012년 이 신부의 모교 인제대 의과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이들은 인제대가 제공한 전액 장학금과 등록금, 기숙사비를 토대로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한 후에는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거쳤습니다. 토머스는 외과, 존은 내과에서 레지던트로 수련을 마치고 올해 전문의 시험에 합격한 것입니다.
오랜 기간 내전을 겪은 아프리카 남수단을 떠나 12년간 한국서 타향살이를 한 끝에 얻어낸 결과입니다. 두 사람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의학 공부를 통해 의사가 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이태석 신부님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전공의 수련에 어려움 없게 도와준 인제대 백병원 교직원 여러분들께 감사를 표했습니다.
토머스는 “남수단에는 외과 의사 부족으로 간단한 급성 충수염이나 담낭염 등도 빨리 수술받지 못해 죽는 사람이 많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외과를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수술 경험을 쌓기 위해 인제대 상계백병원에서 전임의 과정을 이어가게 됩니다.
내과를 택한 존은 “어릴 때부터 의사가 없는 환경 속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며 “그중에는 말라리아·결핵·간염·감염성 질환 등 내과 질환이 대부분이라 내과를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존은 수련을 마치면 당장 남수단으로 돌아가 의료 활동과 함께 후학 양성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고국의 열악한 의료 상황에 도움이 되고자 애쓰는 두 사람. 이들을 보면서 이태석 신부가 베푼 ‘선한 영향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선한 영향력은 기업이나 일반사람들이 선행을 베풀고 이러한 행위가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정서적으로나 행동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이태석 신부의 선한 영향력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태석 신부는 1987년 인제대 의대를 졸업해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1년 남수단의 오지 톤즈로 가서 병실 12개짜리 병원과 학교, 기숙사를 짓고 구호 및 의료, 선교 활동을 벌였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는 수단 톤즈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현지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이태석 신부님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는 2010년 대장암으로 48세 나이로 선종할 때까지 자신의 이익을 뒤로한 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료와 교육,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변화에 영향을 줬습니다. 그가 세운 학교의 졸업생 50여 명이 의사와 약사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그중 두 사람이 바로 토머스와 존입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대응 모범국가로 주목받았을 때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과 의료진이 하나 되어 감염병 확산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점을 유럽 국가들이 높이 평가하지 않았습니까? 특히 독일은 ‘한국 보건당국은 과거 감염병 대처 경험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치료에도 활용했다’며 ‘양성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자가격리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하고 병원에 병상이 마련될 때까지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우수한 의료 시스템을 인정했습니다.
지금은 우리 의료 제도가 급속 성장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정부와 의료계가 이번에도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 한 걸음 더 성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및 ‘문학나눔’ 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 및 ‘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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