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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3-12-04 18:15 87 0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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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10) 실패를 축하합니다, 도전하셨군요!

 

 

실패를 축하하다니요. 이게 농담이 아니고 진담인가요? 네 맞습니다. 제대로 망한 학생에게는 상도 줍니다. 마상, 떡상, 연구대상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과학 수재들이 모인 카이스트(KAIST)에서 113일까지 2주간을 실패 주간으로 정하고 학생들이 공부하던 중 실패한 순간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실패의 순간들을 포착한 교내 사진전도 열렸습니다. 캠퍼스 잔디밭에 쓰러져 있는 의자를 찍은 사진의 제목은 누군가 일으켜 준다면입니다. “멀쩡한 의자인데 넘어져 있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가 일으켜 준다면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사진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렇습니다. 실패한 사람도 조금만 도움을 준다면 누운 의자처럼 금방 회복하고 충분히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망한 과제 자랑 대회에서는 10명의 학생들이 자신의 실패 경험담을 이야기했습니다. 경차 티코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려고 준비를 하다가 좌절한 경우, 과제 제출 전 잘못된 코드를 입력하는 바람에 0점을 받은 사연, 과외로 번 돈을 주식으로 날린 일 등. 그리고 생명과학과 문진우 씨는 암 연구를 하던 2년째 되던 해 본인이 뇌혈관종 암 환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병 탓을 하며 도망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재활 후 연구실에 복귀하였고 최근에 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얻게 되었습니다. 성공과 성취만 있을 것 같았던 수재들의 실패 스토리는 어떤 성공 스토리보다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행사는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문제일지라도 본인에게는 큰 실패로 기록될 수 있는 만큼 각자의 경험을 공유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열렸습니다. 실패를 혼자 품지 않고 후배, 선배, 동료와 나누는 과정에서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자는 의도였습니다.


성공만을 지향하던 여러 대학들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시행착오의 경험을 나누어 실패에 대한 부정적 정서 대신 자아 탄력성을 키우자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균관대 학생이 캠퍼스에 비치된 실패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기혐오가 아닌 자기 극복을 위한 연습입니다.


교수진도 나섰습니다. 총장을 포함한 교수 6명이 자신의 실패 경험을 고백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교내 사법고시 준비반시험조차 패스하지 못했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사 과정 중 정부 관료 앞에서 보고서를 발표하다 백분율이 맞지 않아 박살이 났다는 사회복지학과 교수, 만화가의 꿈을 꺾고 미대 시험에도 낙방했던 건축학과 교수가 그들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성공지향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패와 좌절은 꽁꽁 숨기고 성취와 성공만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우리들이 매일 접하는 SNS를 보면 잘살고 있는 모습, 행복한 모습 일색으로 자랑질만 가득합니다. 그런데 실패는 지극히 정상적인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빛나는 성공 뒤에는 항상 실패가 있었습니다. 에디슨도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성공하지 않는 10,000가지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카이스트의 조성호 실패연구소장은 자신의 실패를 유쾌하게 말하다 보면 크게 보이던 자신의 문제가 사소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초등학생 두 아들을 데리고 참여한 주부는 우리 애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와봤다고 말했습니다. 또 앞에서 암 극복기를 고백했던 문진우 씨는 한 학부모님이 생명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픈 아들이 있는데 내 경험을 듣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나는 실패를 공유했을 뿐인데 누군가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었다는 점에 오히려 감사했다고 말했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동안 겪은 나의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그럼, 지금 당장 나의 실패 이력서를 써봅시다. 더 나은 도전을 위해서! (소설가)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출간.

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 ‘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문학작가파견사업’ ‘내생애첫작가수업’ ‘길위의인문학선정.

지역 도서관 및 문화센터 글쓰기, 인문학 강의.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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