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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3-11-10 16:08 69 0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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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9) 소아과는 있는데 노인과는 없어요

 

 

나이에 비해 건강하게 창작활동과 대외활동을 하던 70대 중견작가들이 갑자기 수술을 하거나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소식을 많이 듣습니다. 온갖 검사를 해도 특별한 병명이 나오지 않는데 온몸이 아프고 부쩍 기력이 떨어지니까 심리적으로 더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노년을 건강하게 맞이하는 일이 새삼 중요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영국은 1940년대, 미국과 캐나다는 1970년대부터 노화 문제의 중요성에 주목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데 노인의학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다행히 30대의 젊은 나이이지만 일찍부터 노인의학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39) 교수가 있습니다.

약 좋다고 남용 말고 약 나쁘다고 오용 말자.”


오래전에 본 이 공익광고가 정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보자 문득 생각났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고령자의 73%가 두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면서, 환자가 복용하는 모든 약을 점검하고 꼭 필요한 약만 처방하는 맞춤형 처방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면 흔하게 처방되는 진통소염제나 소화제도 노인에게는 서로 악순환을 일으켜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즉 노화의 속도를 줄이는 것은 약이나 처방을 늘이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을 남기고 빼는 것이라는데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정 교수는 최근의 저서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에서 가속 노화(加速老化)’가 한국 사회의 최대 위기라고 걱정합니다. 부모님 세대가 50~60대에 경험했던 성인병을 몇십 년 빨리 겪고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나머지 노년을 보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가속 노화는 왜 생길까요? 그것은 부족한 신체 활동, 불균형한 식사, 술과 담배, 비만 등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 때문입니다. 정 교수는 가속 노화에 빠지면 30대 말인데도 과도한 음주와 흡연에 고도비만 증세가 있는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처럼 된다고 꼭 집어서 말합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정희원 교수는 동갑입니다. 정 교수도 지난해까지 아픈 데가 많았다고 합니다. 뭔가를 빨리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술로 풀고 취한 채 쓰러져 자고,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몇 잔씩 마시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개미처럼 일했습니다. 그랬더니 30대 중반에 가속 노화가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그는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스스로를 환자로 여겼습니다. 그리고 ‘4M’, 신체적 활동(운동) 마음 건강 질병으로부터의 건강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기 등을 적용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느리게 나이 드는 법의 핵심은 마음 건강인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구부정하게 앉아서 스마트폰이나 비디오를 보는 것이 가장 나쁘다고 그는 말합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몸의 어디가 긴장하는지, 코로 드나드는 호흡과 오르내리는 배를 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마음 챙김이 된다고 합니다.


최근에 본 TV 프로그램 <명의>에서는 노인들도 유산소운동인 걷기뿐 아니라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게 하면 나이로 인한 노화는 어쩔 수 없지만 노쇠는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2주간의 근력운동과 단백질 음식물 섭취로 그 효과가 나타나는 실험도 했습니다. 밴드 당기기나 쉬운 복근운동뿐 아니라 천천히 제자리에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근력운동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마음 챙김과 간단한 근력운동을 당장 실천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고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노년의 삶을 위해서 노인의학, 노인과는 앞으로 꼭 필요합니다. 지금이 잘 늙는 것을 대비하기 위한 가장 이른 때일 것입니다. (소설가)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출간.

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 ‘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문학작가파견사업’ ‘내생애첫작가수업’ ‘길위의인문학선정.

지역 도서관 및 문화센터 글쓰기, 인문학 강의.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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