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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5-05-21 16:25 26 0 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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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45. 잘 벌어서 잘 쓰는 법

 

 

최근에 투자의 달인워런 버핏이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현재 94살인 그는 많은 돈을 벌었지만, 1958년 구입한 주택에 살고 있으며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억만장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지론으로도 존경받고 있습니다.


개인자산 평가액이 4백억 달러를 찍은 2006년에 버핏은 자신의 재산 가운데 85%를 자선재단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 회장과 함께 기부 약속캠페인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억만장자들을 기부의 세계로 끌어들였고, 2019년에는 2백여 명이 5천억 달러 이상의 기부 약속을 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자선 사업가는 누구일까요? 그런데 로이터 통신은 빌 게이츠도, 전 재산의 85%를 기부한 워런 버핏도 아니다. DFS 창업자이며 아일랜드계 자산사업가인 척 피니이다.”라고 합니다. 워런 버핏조차 척은 나의 영웅이고, 빌 게이츠의 영웅이다. 그는 모두의 영웅이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척 피니라는 사람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척 피니는 1931년 뉴저지의 아일랜드 이민 노동자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타고난 사업가인 그는 10대 때 크리스마스카드와 우산 등을 팔아 용돈을 마련했고, 코넬 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시절에는 샌드위치 장사로 돈을 벌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한국전쟁에서 미국 공군으로 복무한 경험을 살려 미 군함에서 면세 술을 팔기도 합니다.

1960, 29살에 대학 친구들과 같이 DFS면세점을 공동 창업합니다. 매년 천만 달러 이상을 벌기 시작해서 1970년대 후반부터는 5천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며 연간 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립니다. 1988년에는 13억 달러의 자산을 달성해 <포브스>가 발표한 부자 순위 23번째에 이름이 오릅니다.


그러나 그는 구두쇠로 유명했습니다. 직원들에게 이면지를 쓰게 하거나, 소송에 휘말렸을 때 변호사 수임료마저 깎으려 했으며, 경제인 모임에서도 계산을 하지 않으려고 일찍 자리를 뜨는 것으로 비난을 받았습니다. DFS면세점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법정 분쟁에 휘말리게 되는데, 그로 인해 회계장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힙니다. ‘뉴욕 컨설팅 회사라는 이름으로 15년 동안 지출된 금액이 무려 40억 달러에 이른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가 재산을 빼돌렸을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비밀 장부의 지출 내역은 모두 기부였습니다.


초기 기부 활동은 자신의 모교인 코넬 대학교와 아일랜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을 위해 수술비를 제공하고 아프리카의 급성 전염병 퇴치를 위해 거액을 투자합니다. 그러나 척 피니는 기부처에 기부자의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했고, 이름이 밝혀지면 기부를 그만둘 것이라고 일러둡니다. 돕는 행위를 통해 우월감을 느끼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도움을 받는 이의 기분을 헤아리려는 뜻이었습니다.


비밀은 들통났지만 그의 기부는 계속됩니다. 척 피니가 1980년대부터 35년간 사회에 기부한 돈은 약 95천억 원입니다. 그는 재산의 4분의 3을 기부한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처럼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를 원했고, 그의 신념은 살아 있는 동안 기부하는 것이었습니다. 2016년 말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고, 2020년 나머지 전 재산 80억 달러를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그는 평생 14천 원짜리 시계를 차고 다니며, 이동할 때는 버스를 타고, 비행기도 이코노미석을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202310, 92세로 소형 임대아파트에서 사망합니다.


평소에 척 피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돈 벌기 위해 일하지 않았다. ()는 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따라온 것일 뿐이다.” “그 누구도 한꺼번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는 없다. 돈은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사용해야 한다.”

워런 버핏과 척 피니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부자 아닙니까? 그들은 물러날 때 스스로 물러설 줄 알고, 많이 가졌을 때 함께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존경과 사랑을 듬뿍 담은 박수를 보냅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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