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5-03-18 13:21 14 0 41호

본문

0a745c68056b8f2b627ad5899b99b084_1742271670_9723.jpg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41.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일간신문에서 87세 할머니 두 명이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활짝 웃는 사진을 보았습니다. 1938년생인 김갑녀, 모부덕 할머니가 그 주인공입니다. 두 사람은 평생교육기관인 일성여중고에서 한글부터 배웠습니다. 김갑녀 할머니는 사별 후 다섯 자매를 홀로 키우다가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으로 80세에 학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반에서 공부한 모부덕 할머니와 함께 숙명여대 미래교육원에 입학한 것입니다.


미래교육원에는 현재 총 84명의 만학도가 학업을 이어가고 있고, 올해는 55세부터 87세까지 총 48명의 새내기가 학업에 도전합니다. 2025학년도 수능 최고령 응시생으로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임태수(84) 할머니도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두 할머니의 사진을 보자, 지난주 문화센터에서 진행한 글쓰기 특강에서 다시 만난 70대 중반의 류제*씨가 생각났습니다. 10년 전 지역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던 중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 그녀는 글쓰기에 대한 열정은 큰데 맞춤법, 띄어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문단나누기를 이해시키느라고 오랫동안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류씨가 작년에 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입학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녀가 지난 학기에는 에세이쓰기 과목에서 A+을 받았어요.”라고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그러자 언젠가 90대의 치매증세가 있는 친정어머니를 잠시 맡길 데가 없어서 결석해야 할 것 같다며 속상해하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어머니를 강의실로 모시고 오라고 한 후 과자와 그림책을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수업시간 내내 얌전히 그림책을 보셨습니다. 류씨가 그렇게 수업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더니 결국 대학 공부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20%에 도달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25년 만의 일입니다. 일본이 같은 단계를 거치는 데 35년 걸렸는데 그보다 10년이나 빠른 수치입니다. ‘젊은 노인들이 급증하는 오늘날, 6070 이후의 세대에 대해 이렇게 관심이 많았던가 싶습니다. 동아일보의 연재 코너 ‘100세 카페에서는 매주 자신의 삶을 찾아 열심히 살아가는 고령자들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의 정신과 의사 호사카 다케시는 대충 사는 노후를 권함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렇게 해야만 한다를 버리라고 말합니다. 규칙적인 식사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 이부자리는 매일 개지 않아도 된다 등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대충사는 게 좋다고 강조합니다. 심지어 잊을 수 있는 건망증이 노인의 힘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노년 전문서적으로 유명한 정신의학자 와다 히데키는 “60세부터는 멋대로 살자라는 책에서 ‘60대는 제2의 인생을 즐기기 위한 나이라고 표현합니다. 건강이건 식생활이건 돈이건 인간관계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라고 주장합니다. 목차를 살펴보면--일부러 병원에 갈 필요는 없다, 마른 체형보다 조금 통통한 체형이 장수한다, 혈압도 콜레스테롤도 조금 높은 쪽이 머리가 맑다, 고령자야말로 고독을 즐겨라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95세 나이에도 매일 콜라와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먹지만 건강합니다. 미국의 포천지()는 그 비결로 8시간 잠자기, 머리 쓰는 카드 게임, 하루 56시간 독서와 사색, 좋은 일에 집중하는 태도, 가진 것에 감사하기, 좋은 인간관계 유지 등을 꼽았습니다. “그를 따르기 위해 브리지 게임 플레이어가 되거나 매일 콜라를 마실 필요는 없다. 그 대신 현재를 음미하고 진정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여기저기에서 노년의 삶에 대한 조언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는 꼭 해야 한다, ~를 꼭 먹어야 한다는 등 노년의 의무를 강조하거나 지적 자극이 권장되기도 합니다. 운동을 하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몸과 마음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