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4-10-11 15:19 23 0 32호

본문

1555f01093802b0f0ad1d2cd50b4d258_1728627564_8136.jpg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32. 과학자 남병철과 바둑 이야기

 

 

달 표면에 처음으로 한국인 이름이 붙었다! 주인공은 조선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 남병철(1817~1863)입니다. 국제천문연맹이 심사를 거쳐 남병철 충돌구(Crater)’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입니다. 충돌구는 소행성과 혜성 등이 부딪치면서 생긴 구덩이를 말합니다. 남병철 크레이터는 지름 132의 거대한 충돌구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양홍진 센터장은 남병철은 중국을 통해 들어온 서양 천문학 별자리를 우리의 전통 별자리와 융합해 학문으로 정리한 천문학자다. 또 기존에 쓰던 혼천의를 개선하고 그 기록을 남겼다. 동양과 서양의 융합, 관측기기라는 점에서 이번 충돌구와 어울려서 그 이름을 추천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혼천의는 지구, 태양, 달의 움직임과 위치를 측정하는 기기입니다. 기존 혼천의는 북극 고도를 관측지에 맞게 한번 설치하면 더 이상 변경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남병철 혼천의는 장소를 옮겨가며 천체를 관측할 수 있도록 관측의 기준이 되는 북극 고도를 조정하는 기능을 갖추었습니다. 마침 올해 초 한국천문연구원은 문헌에만 남아 있던 남병철 혼천의를 복원했습니다.

저는 지난 820남병철 충돌구소식을 접하고 특별히 반가웠습니다. 예전에 바둑이야기-남병철과 조두순-’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바둑을 전혀 두지 못하지만, 2016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을 보고 바둑 자체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지요.


요즘 사람들이 게임이나 스포츠를 좋아하듯이 옛사람들은 바둑을 좋아했답니다. 고려사악지에는 송나라 상인 하두강에게 속은 고려 상인이 내기 바둑으로 아내를 잃을 뻔했다는 설화가 실려 있을 정도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근무시간에 바둑을 두었다가 쫓겨난 사람들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또한 바둑 실력이 국수급이었다고 전해지는 서애 유성룡은 선조 임금과 명나라 이여송이 역사적 대국을 벌일 때, 임금의 햇빛 가리개에 뚫려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 햇살을 비춰 훈수하는 것으로 외교적 수완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과학자 남병철도 바둑에 일가견이 있었습니다. 그가 바둑을 보는 나름의 관점을 고진풍 국수에게 써서 준 적이 있습니다.

바둑은 작은 기예에 불과하지만 그 기술은 대단히 깊고 섬세하다. 천하의 고요한 사람이 아니면 심오한 경지에 이룰 수 없다......바둑을 두는 당사자는 헤매지 않는 이가 드물어 길을 가까이에 두고도 멀리서 찾는다. 바둑판 밖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저들이 바둑돌을 쥔 자보다 다들 실력이 좋아서 그럴까? 그들의 가슴 속에는 득실을 따지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수를 보면 바로 깨닫는다.”

이러한 남병철의 바둑 이야기에 영의정과 대제학을 지낸 조두순은 반론을 펼칩니다.


남병철 학사처럼 바둑을 잘 아는 이가 담장을 더듬고 촛불을 문지르는 식으로 말을 하지 않았을 텐데 고요함의 묘를 구경꾼에게만 돌렸다. 그렇다면 바둑을 직접 두는 당사자가 모두 제2수가 된다는 말인데, 단지 한발 앞서기를 다투느라 구경꾼보다 깨닫지 못한단 말인가?”


덧붙여서 조두순은 문장의 진정한 평가는 독자나 비평가가 아니라 작가 스스로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대국하는 당사자와 훈수꾼 중에서 누가 더 바둑의 묘를 잘 아는가를 두고 토론한 것이 학문과 덕성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게 되었습니다.

바둑을 오래 두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이 입증되었지요. 2014,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팀이 바둑을 두면 집중력과 기억력, 시공간 감각 등을 담당하는 뇌의 오른쪽 전두엽 부위가 일반인보다 훨씬 발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입니다. 저는 남병철도 바둑두기를 즐겨서 두뇌 회전에 도움을 주지 않았나 하고 감히 추측해봅니다.


조선의 한 과학자가 사후 200여 년이 지나 달 표면에 이름이 명명된 점에 비춰볼 때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우주과학 발달에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