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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4-08-08 15:49 30 0 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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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8. 불안이라는 감정과 친해지기

 

 

당신은 언제 불안을 느끼십니까? 성적이 떨어질까 봐, 승진이 안 될 것 같아서, 발표를 잘못해서 욕을 먹지 않을까, 병에 걸려 오랫동안 눕게 되지 않을까? 우리는 일하는 동안에도 잘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을 느끼고, 계속 대비책들을 마련해 놓으려고 내가 나를 코너로 몰아넣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불안해하면 안 돼!’ 하면서 나를 검열하고 있고요.


지금 한국의 청년세대는 불안한 것이 오히려 덜 불안하고 불안하지 않은 것이 어색한만성적인 불안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직업을 가지면 그 직업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하는 잣대도 다양해지고 눈치 볼 것이 많아집니다. 집이나 결혼 문제에서는 예전과 비교했을 때 선택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성과 중심적이고 속도도 빨라야 해서 불안을 느낄 만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1인 가구의 확산과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등 사회의 구조적 변화도 불안의 원인으로 손꼽힙니다. 저는 스스로 꽤 하다고 여겼는데 나이가 들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나중에 이게 이렇게 될까?’ 하면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것은 세월이 지난 만큼 그동안 쌓아놓은 것이 많아져서 그런 것이라고 하더군요. 나이가 적었을 때는 한 일이 적은 만큼 불안의 양도 적은 것이라나요.


요즘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를 보셨습니까? 영화는 13살이 된 라일리의 마음을 조정하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합니다. ‘불안이는 미래에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른다며 늘 호들갑을 떱니다. 기쁨이나 슬픔 같은 감정은 나중에 느껴도 된다며 다른 감정들을 폭군처럼 쫓아냅니다. 사춘기에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올라오는데 이유를 몰라서 무섭고 불안해지게 되는 것이지요. 라일리는 학교 가라고 깨우는 엄마한테 짜증을 내다가 눈물을 쏟고, 하키 캠프에서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려고 절친들을 배신하기도 합니다.


제작진은 10대의 심리에 대해 연구할수록 인간이 미래의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불안해한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그래서 기쁨은 몰라. 대비를 안 한다면 위험한 걸같은 명대사를 만들어냈지요.


저는 아이들 마음속 감정들은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날뛰는데 엄마 아빠의 머릿속에 있는 감정들은 모두 의자에 앉아 있는 영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크게 놀랄 일도, 크게 당황할 일도 없이 세상살이에 무뎌진 것 같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걸까요? 영화 속 대사 중 어른이 된다는 것은 기쁨이 줄어든다는 건가 봐하는 말처럼.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영화가 불안을 빌런(악당)’으로 보지 않았고, 결국 나쁜 감정이라는 건 없고 각 감정이 나름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룬 점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미성숙한 것으로 보고, 감정 자체를 약한 것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사회생활을 할 때 좋든 싫든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는데 순수한 기쁨마저도 프로답지 못하다고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을 온전히 누리는 게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고 자신만의 고유성인데 말입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는 사춘기를 통해 라일리의 감정이 통합되고 자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나의 감정은 결국 내 자신이 컨트롤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즉 자신의 가치, 좋은 점을 비춰보고 발견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합니다.


불안은 늘 우리 안에 잠복해 있습니다. 그것을 미리 발견하고 치료하지 않을 경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도 있습니다. 불안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매몰되는 상태가 되는 건 위험합니다. 자신을 갉아먹는 일이니까요. 불안은 누구나 느낍니다. 불안을 배제하며 살 수는 없고 지금부터 불안한 건 불안한 거야혹은 이건 불안일 뿐 불행이 아니라서 다행이야라고 인정하며 친해져 볼까요?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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