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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4-04-29 16:14 35 0 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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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 인생은 아름다워!

 

 

온갖 꽃들이 만발한 사월, 대법원과 대검찰청이 있는 서초역 부근에서 친구들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야기 도중 친구A가 근처 흰물결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에 다녀왔는데 지친 마음이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찍은 그림을 몇 장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사랑스러운 그 그림을 보자마자 곧장 갤러리를 찾아갔습니다.

정말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 있습니다. 아일랜드 출신 화가 데스 브로피(Des Brophy)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전시회 그림들이 그렇습니다. 노년의 따뜻한 일상을 그려낸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그의 그림 속 사람들은 귀부인이거나 고위관리가 아닙니다. 늘 만나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입니다.


데스 브로피는 2018년 한국 첫 전시회에서 인간적인 그림으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제 작품을 사 간 사람 중에는 유난히 의사가 많아요. 병원 대기실에 걸어두면 아픈 환자들이 기분도 좋아지고, 치료 전 불안감도 해소된다는 거예요. 저는 제 작품을 보면서 웃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좋아요.”

그는 16세 때 영국 왕립 공군에 입대해서 12년간 아프리카 중북부와 동남아시아, 인도양 몰디브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귀국 후에는 22년간 영국 셰필드 경찰서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했습니다. 다양한 문화 경험과 여러 사람들과의 소통이 사람들의 일상을 경쾌하게 표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딱 두 단어, 기쁨과 에너지! 그게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전부예요.”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들은 익살스럽고 리듬감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흔한 일상을 담았는데 그들의 제스처가 즐거움을 줍니다. 작품 속 인물은 펑퍼짐하고 나이 들었지만 발걸음은 리드미컬하고 경쾌합니다. 번쩍 쳐든 빨간 우산과 펄럭이는 빨간 재킷, 어깨를 대고 춤을 추는 노랑과 청록 재킷의 세 여인, ‘신나게 춤을이라는 그림을 보는 동안 우리들의 어깨가 들썩입니다.

그림의 제목들도 매우 유머러스합니다. 비 오는 날 노란 재킷에 초록색 모자를 쓴 할머니와 남색 재킷을 입은 할아버지가 우산을 함께 쓰고 걸어가는 모습. 그 작품 제목은 영원히 둘이서입니다. 또한 순식간에 몰려든 아줌마들이 물건을 고르느라 분주한 판매대 위로 ‘SALE’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작품의 제목은 날개 돋친 듯이입니다. 이 그림을 보자 세일 행사장이 기억나서 쿡쿡 웃음이 나왔답니다.


그림 중에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그린 게 많습니다. 뒤뚱거리며 빗물을 피해 걷는 이들의 뒷모습은 노년도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물들이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거나 벤치에 앉아 있는 걸 보면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즐거운 사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또 그림 속 인물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은 같은 자세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시선 때문 아닐까요?


사실 저는 흰물결갤러리 앞에서 전시회의 제목 인생은 아름다워를 본 순간, 로베르토 베니니가 주연한 1997년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불쑥 생각났습니다. 이탈리아가 독일군에게 점령되면서 유대인 수용소에 아들과 함께 갇히지만 5살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상황을 게임이라고 속이며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행동하는 아빠 귀토가 주인공인 영화. 그 최고의 블랙코미디 영화와 왜 같은 제목일까 궁금했습니다. 어쨌든 사랑스럽고 유쾌하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갤러리가 대법원 바로 앞에 있으니까 법조계 분들이 찾아와서 힐링을 받을 수 있겠거니 나름 해석했습니다.

데스 브로피의 그림 속 주인공을 보면서 나이에 상관없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흥겹게 몸을 맡기는 여유가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말합니다. “그냥 웃어요. 인생은 아름다우니까!”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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