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출신 박주아 선수, 한국 여자야구 최초 미국 프로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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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출신 박주아 선수, 한국 여자야구 최초 미국 프로 진출
시작은 민다리 운동장에서, 2025 WPBL 샌프란시스코 입단
유격수 포지션의 희소성과 탄탄한 성장 곡선을 높게 평가
하동군 진교면. 섬진강 바람이 스치는 이 조용한 마을에서, 2017년 한 소녀가 민다리 운동장에서 혼자 캐치볼을 반복하며 꿈을 키우고 있었다. 작은 체구지만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했던 그 아이의 이름은 박주아. 그리고 2025년 11월, 그 이름은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 전광판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33rd pick, San Francisco… 박주아, from Korea.”
70여 년 만에 부활한 미국 여자 프로야구 리그(WPBL) 첫 드래프트는 그 자체로 역사적 순간이었다. 10개국 600명 이상이 경쟁했고, 단 120명만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박주아는 2라운드 33순위라는 높은 평가를 받으며 샌프란시스코의 선택을 받았다. WPBL 스카우트진은 그를 “수비 완성도와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난 내야수”라고 분석했다.
취재진이 찾은 진교에서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어릴 때부터 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반장을 도맡으며 책임감을 보였고, 훈련 뒤에도 버스정류장에서 글러브를 매만지며 혼자 송구 연습을 이어갔다. 광양 리틀야구단 시절 유격수와 4번 타자를 맡아 두각을 나타냈고, 해남땅끝배 최우수선수상 수상으로 가능성을 확실히 증명했다.
2020년 그는 최연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되었고, 곧바로 성인 대표팀까지 승격되며, 한국 여자야구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6년 연속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컵·월드컵 등에 출전하며 국제무대 경험을 쌓았다. 또한 WBSC 신종목 ‘베이스볼5’에서도 국가대표 최종 8인에 포함되며 ‘두 종목 대표’라는 드문 이력까지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창원시 야구소프트볼협회 ‘창미야’ 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된 글러브워크, 빠른 주력으로 인정받았다. JTBC &최강야구& 트라이아웃에서 유일한 여성 참가자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고, MLB 출신 정근우 코치와의 훈련 영상은 그의 잠재력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국가대표 코칭스태프는 그를 두고 “빠름과 침착함이 공존하는 선수”, “멘탈 관리가 뛰어나 슬럼프 폭이 짧다”고 평가한다. WPBL 스카우트진 역시 유격수 포지션의 희소성과 탄탄한 성장 곡선을 높게 보았다.
지명 직후 박주아는 “한국 여자야구 최초로 미국 프로 무대에서 이름이 불려 영광이다. 샌프란시스코가 믿고 선택해 준 만큼 한국 야구의 자부심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그의 진출은 개인의 성공을 넘어 한국 여자야구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첫 순간이다.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국제 경쟁력을 증명해 온 한국 여자야구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학생회장을 도맡아 리더십을 키우고, 어쭈구리와 창미야 팀에서 실전을 다지며 성장해 온 소녀는 이제 한국 여자야구를 상징하는 이름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역사는 이렇게 기록된다.
/하용덕 기자
yd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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