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2026-06-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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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
본문
파랑
입술부터 파랗게 물들이는 말이 있어
파란 새파란 푸른 짙푸른 퍼런 시퍼런
이런 빛깔은 어두울수록 생생하게 피어나
비스듬히 넘어가던 말도 일제히 솟구치게 하거나
그 힘으로 나아가는 것이어서
시도레미 도시라솔 파가 없으면 노래는
바람 빠진 타이어거나 이가 나간 커피잔
빨간 장미 노란 장미 흑장미는 예쁘지만
파란 장미는 멋있어
레드베리 블랙베리 초크베리 좋지만
블루베리가 맛있어
노랑새 빨강새 검정새보다 파랑새가 좋아
텃밭에서 파랗게 터지는 도라지꽃이 좋아
긴밤 날밤 풋밤보다 깊고 푸른 밤이 좋아
바다가 좋은 것도 파도 때문
새파랗게 몰려오는 파도에는
두 손 두 발 투항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아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 덤비는 네가 좋아
초사흘 달빛에 시퍼렇게 칼을 가는 서쪽 하늘처럼
진효정 시인
경남 하동출생
2014년《시와 경계》로 등단
시집 「일곱 번째 꽃잎」, 「지독한 설득」
현, 박경리문학관 사무국장
제8회 부안디카시공모전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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