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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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73. 생명은 어떻게든 길을 찾는다
‘신화를 품은 인문학자와 개미를 사랑한 생물학자의 논쟁,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 책 《대담》을 소개하는 글에서 이런 문구를 보았습니다. 대학 때 사르트르가 여러 작가들과 논쟁하는 글을 보고 그들의 깊이 있는 사유와 토론 문화가 부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담》은 인터뷰 묶음이라서 가벼운 입씨름이 아닐까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는 한낱 기우였습니다. 도정일 교수의 인문학적 사유에 최재천 교수의 생물학에 근거한 과학적 이론을 제시하니 내용이 더 풍부해 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막연하게 예상하던 것들이 선명해지고, 세간에 떠도는 억측이나 엉터리 정보에 휘말려 잘못 알고 있었던 점이 바로잡아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사회생물학이 처음 등장했을 때, 얼마 안 되는 과학적 근거에 바탕하여 지나치게 성급한 판단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렸던 점을 최재천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즉 수컷이 할 일은 더 많은 여성을 상대해서 많은 자식을 낳아 자기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이므로 ‘남자는 바람을 피울 수밖에 없다’라고 결론을 내린 점입니다. 생물학은 유전자에 의해서 발현되는 형질이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연구하는 학문인데, 환경과 관련되는 것은 몽땅 빼버려서 ‘생물학적=유전학적’이라는 편견이 지배하게 됐다고 최 교수는 말합니다. 그런 속설 때문에 페미니스트가 아니더라도 많은 여성들이 항변도 못하고 속앓이를 한 적이 있지 않았던가요.
그리고 최 교수는 현대인을 괴롭히는 대부분의 질병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문화에 우리의 육체와 정신이 미처 적응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그 예로 비만을 듭니다. 인간의 유전자는 수렵채집시대나 지금이나 그리 달라진 것이 없지만, 우리의 환경을 능동적으로 바꿔놓아서 그 둘 사이에 괴리가 생긴 탓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도정일 교수의 열성유전자에 대한 내용은 인간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던져줍니다. 그 사람의 유전자 전체에서 한 부분이 열성이라 해도 다른 부분은 우성일 수 있고, 열성유전자 자체도 환경이 변하면 우성유전자로 대접받을 수 있다고 하니....... 어느 누구도 기죽어 지내고 미리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것 아닌가요.
동물의 기준에서 인간을 설명하는 것이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게 하는 데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인간과 동물 사이의 유사성만 세워 나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합니다.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제각각 다른 문명, 다른 가치와 다른 관습을 만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도 교수 의견에 동조하며 최재천 교수도 우리는 어차피 모두 하나의 DNA로부터 진화한 ‘집안 식구들’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인은 여태껏 다양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해왔고, 또 다양한 개체들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 같습니다. 무성생식을 하는 동물들은 다양성이 없기 때문에 전염병이 한 번 돌면 몰살당할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요. ‘나쁜’ 유전자를 버리고 ‘좋은’ 유전자로 갈아 끼운 사람은 개인의 관점에서는 나아진 것이지만, 모두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모두가 동일한 유전자를 지니면 지극히 취약한 집단을 만들고 맙니다. 이것은 복제인간의 출현보다 더 무서운 일이랍니다.
생태계의 다양성을 파괴해버리면 인간이 제 손으로 미래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최 교수는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을 예로 들며 그게 모두 인간이 소들의 자유의지를 빼앗았기 때문에 생긴 일로서 소들의 다양성이 없어져서 그런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자연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공생(共生)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생명은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다양성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나와 다른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부족해서 갈등과 불화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보다 나은 미래를 믿고 싶습니다. 그래서 영화 《쥐라기 공원》의 수학자가 말한 것처럼 이렇게 외쳐봅니다.
“Life will find a way.” 생명은 어떻게든 길을 찾는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및 ‘문학나눔’ 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 및 ‘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mail: nim19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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