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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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72. 죽은 자가 산 자를 가르친다
최근 76세로 별세한 김종중 조선대 명예교수가 43년간 재직한 의대에 본인 시신을 기증했습니다. 그는 해부학 분야의 권위자로 생전엔 지역사회에서 시신 기증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그리고 “평생 해부학을 가르쳐 왔으니 죽어서도 제자들의 실습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예전에는 해부용 시신의 대부분이 무연고 시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발적인 시신 기증이 아니면 확보가 어렵습니다. 해부학 실습용으로 시신을 기증하는 이들 중엔 의대 교수들과 학부모들이 적지 않습니다. 시신 기증이 의학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기 때문에 본인이나 가족의 시신을 기꺼이 내놓는 것입니다. 신영오 연세대 생명시스템대 명예교수도 지난해 모교에 자신의 시신을 기증했습니다. 전남대 의대 이기영 교수는 모친과 장모를 비롯해 가족 3명의 기증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충북대 의대 정구보 교수는 모친의 시신을 기증했는데, 어머니는 생전에 “학생들이 시신이 없어서 실습을 못 한다고 하는데 내 몸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와 더불어 ‘치매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를 돕고자 뇌를 기증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뇌은행은 뇌를 기증받아 관리하면서 연구용으로 배포하는 기관입니다. 현재 대학병원 12곳이 참여하고 있는데, 치매 뇌은행장을 맡고 있는 원재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곳은 치매와 파킨슨병 등 뇌 질환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출발점”이라고 소개합니다. 최근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뇌 조직을 기반으로 파킨슨병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를 찾아냈습니다.
일본 등 해외에서는 50년 전부터 뇌은행을 운영해 왔습니다. 네덜란드 뇌은행은 지난해까지 5388개의 뇌를 확보했고, 영국은 2723개의 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뇌은행 도입 11년으로 현재 723명이 기증을 했습니다. 뇌 기증 희망 의사를 밝힌 사람은 총 5621명에 이릅니다.
뇌 기증은 희망자가 사망하면 가족의 동의를 거쳐서 시작하는데, 뇌는 사후 24시간 안에 꺼내야 조직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습니다. 핵의학 분야 연구자로 일한 최용운 씨(53)는 2019년 부모와 자신, 아내의 뇌를 기증하기로 등록을 했고, 2020년 아버지에 이어 지난해 11월 어머니의 뇌를 기증했습니다. 최 씨는 “연구를 위해 핵심 자원의 기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후손들을 위해 뇌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 등 뇌 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뇌 질환 연구를 위한 뇌 기증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알츠하이머 연구에는 기억과 학습 능력을 관장하는 ‘해마’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해마는 한쪽 뇌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 약 4g에 불과해서 국내 연구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지원 국립보건연구원 바이오뱅크과장은 뇌 질환 연구를 위해서 “뇌은행 간의 교류를 강화하고 예산을 늘려 연구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동타임즈 61회 ‘장기기증, 생명 나눔의 참된 가치’에서 제가 장기이식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2024년 5월, 폐섬유증 투병 끝에 폐 이식 수술을 받은 가수 유열 이야기를 실례로 들었습니다. 현재 약 5만 명이 장기이식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으며, 한 해에 2천 명 넘게 이식 대기 중에 숨지고 있습니다. 가수 유열은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아내와 함께 사후 장기기증 서약을 했습니다. 남편과 저도 장기기증을 했는데, 장기기증과 시신 기증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습니다. 장기기증은 용납해도 시신 기증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시신 기증이나 뇌 기증은 심장, 폐, 간 등 일반 장기처럼 이식을 통해 당장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아니어서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일반 장기기증이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행위라면, 뇌 기증으로는 뇌 질환이 있는 인류 전체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및 ‘문학나눔’ 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 및 ‘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mail: nim19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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