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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6-07-21 14:54 3 0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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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71. 깜빡이등을 켭시다

 

 

차를 타고 있거나 횡단보도에 서서 보면,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려는 자동차 대부분이 깜빡이를 켜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이 단순히 귀찮아서일까, 아니면 이미 그 차선에 들어와 있으니까 굳이 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깜빡이는 방향지시등이라는 이름처럼, 도로에서 차가 일상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방향뿐 아니라 속도 변화까지 미리 알려서 도로 전체의 흐름을 조정합니다. 내 차가 어디로 움직일지를 주변에 알려줘야 다른 차량과 보행자가 대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회전 구간이나 진출입 구간에서 앞차가 깜빡이를 켜면, 뒤차는 앞차가 곧 속도를 줄이겠구나하고 속도를 줄이거나 차간 거리를 넓히며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깜빡이 없이 갑자기 들어오면 뒤차는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틀어야 합니다. 또한 좌회전 차로에 서 있는 차가 가는 방향이 정해져 있으니까 깜빡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맞은편에서 우회전해서 들어오는 차가 있다면 깜빡이는 필요한 정보입니다.


깜빡이 잠깐 켜는 거 귀찮다고 안 하면 다른 차들이 자신의 이동 경로를 예상하지 못해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속도로 차선 변경, 좁은 골목 우회전, 비 오는 날 시야 나쁠 때 그리고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옆에 있을 때, 보행자가 많은 횡단보도 근처에서 위험성이 큽니다.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도로에서 지레짐작으로 깜빡이 규정을 어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운전자의 깜빡이 점등률은 75.7%에 그쳤습니다. 좌회전할 때 깜빡이를 켰는지 관측한 결과입니다. 신호를 지키는 비율(96.7%)이나 안전띠를 매는 비율(85.4%)에도 한참 못 미칩니다. 실제로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 가운데 방향지시등 미점등은 신호 위반과 차로 변경 위반에 이어 3위였습니다.


깜빡이 켜는 것이 쉬워 보여도 초보운전자는 의외로 자주 실수를 합니다.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방향 틀면서 동시에 켜기, 차선 다 넘어가고 나서 켜기, 반대 방향으로 잘못 켜기, 끄는 걸 잊고 계속 켜두기 그리고 주차장이나 골목에서는 안 켜도 된다고 생각하기입니다. 방향을 틀면서 깜빡이를 동시에 켜거나, 이미 차선을 반쯤 넘어간 뒤 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건 알림이 아니라 사후 통보에 가깝습니다. 깜빡이는 움직이기 전에 켜야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깜빡이를 사용하지 않는 운전자들이 많은 이유를 살펴보면, 자신의 주행 차로로 다른 차량이 끼어들기를 용납 못 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옆 차로의 차가 자신의 차로로 진로 변경을 위해 깜빡이를 켜면 곧바로 급가속을 해서 진로 변경을 막는 것입니다. 깜빡이를 켜면 무조건 끼어들 수 있다고 여기는 운전자도 있고, 켜는 사람이 손해라는 인식도 섞여 있습니다. 게다가 부산광역시에서는 깜빡이는 세레모니로 켜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부산에서 좌회전과 우회전 차량의 깜빡이 작동률이 56.25%에 불과했습니다. 이것은 전국 깜빡이 작동률 75.7%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깜빡이를 켜지 않으면 승용차 기준 범칙금 3만 원이 부과됩니다. 하지만 단속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도로교통법은 일반도로에서 차로를 바꾸기 30m 앞에서부터 깜빡이를 켜도록 정했습니다. 경찰이 그 거리를 눈으로 재서 잡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결국 깜빡이는 운전자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깜빡이 점등률은 운전 문화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운전 관련 전문가들은 깜빡이를 선택적으로 켜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지켜야 할 습관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문화 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와 캠페인을 추진해야 하는데, 마침 경찰청이 깜빡이를 올해 공익광고 소재로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살아가면서 상대방에게 미리 자기가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알려주며 서로 대화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깜빡이를 켜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나와 당신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입니다. 좋은 운전 습관도 기본을 정확히 지키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우리 모두 깜빡이등을 켭시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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