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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6-05-11 16:23 33 0 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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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66. 글 쓰는 일의 어려움

 

 

AI시대라서 글쓰기에서도 쳇GPT나 제미나이 등의 도움을 받는 때입니다. 그러나 글쓰기는 기본 상식을 먼저 알고 AI를 활용해야 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박목월 시인은 시를 쓴 지 30년이 지났으니 사물만 보면 싯귀가 술술 떠오르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늘 처음의 신인 같은 심정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조선의 지식인들은 산문을 쓰고 시를 짓는 행위를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이수광의 지봉유설저술(著述)’ 편에 나오는 대목을 봅시다. 글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표현한 글로 이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주홍사가 하룻밤에 천자문을 만들었는데 수염과 머리카락이 새하얘지고 집에 돌아와서는 두 눈의 시력을 잃고 죽을 때까지 마음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고 한다. 사령운은 반나절 동안 시 100편을 지었는데 갑자기 이빨 12개가 빠져버렸다. 위상은 초사7권을 저술하고 나서 심장의 피가 모두 말라 끝내 죽고 말았다.”

연암 박지원은 글쓰기를 병법의 이치에 비유합니다. “글자는 병사와 같고, 글의 뜻은 장수와 같고, 제목은 맞서 싸우는 나라와 같다. 옛일을 인용하는 일은 전장의 진지를 구축하는 일과 같고, 글자를 묶어 구를 만들고 다시 구를 모아 장을 이루는 일은 대오를 짜서 진을 치는 일과 같다. 운율에 맞추어 읊고 멋진 표현으로 빛을 내는 일은 징과 북을 울리고 깃발을 휘두르는 일과 같다.”

조선 지식인들은 글쓰기의 어려움 못지않게 글쓰기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강조합니다. 그 내용이 현대의 글쓰기 작법과 다르지 않아서 놀랍습니다.


1. 평범함 속에 훌륭한 글이 있다.

다른 사람이 지은 훌륭한 글을 보면서 이 글에 나타난 생각은 모두 알고 있는 것인데 왜 나는 이런 글을 짓지 못할까? 그것은 사물과 대상을 상식과 다르게 바꾸어 생각하거나 미루어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일을 능숙하게 할 수 있다면 좋은 표현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2. 글은 복잡하지 않고 간략해야 한다.

엄청나게 많은 분량의 책이 있더라도, 고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한 점도 제대로 맛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면 무엇에 쓰겠는가? 이 때문에 공자는 서경중에서 필요 없는 글을 몽땅 들어내고 단 100편만 취했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것을 버리고 간결한 요점만 얻고자 한 뜻이었다.


3. 글 쓰는 재료를 언제 어디서든지 모아라.

홍길주는 가슴속에서 갑자기 기이한 문장을 한두 구절 완성하거나 문장을 짓는 데 쓸 만한 기묘한 비유나 빼어난 말을 얻기라도 하면, 작은 쪽지에 기록해서 상자 속에 간직했다.


4. 글 고치기

구양수는 글을 지으면 먼저 벽에 붙여놓고 시간이 나는 대로 고쳤다고 한다. 완성 단계에 이르러 처음 쓴 글자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노직은 예전에 지은 글을 말년에 많이 고쳤다. 글 고치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더 나은 글을 쓸 때 도움이 된다.


5. 왜 시간이 흐른 뒤 글을 고칠까?

김일손은 일단 완성한 글은 단 한 글자도 고치지 않고 상자 속에 던져두었다. 그리고 수개월이 지난 뒤에 글을 꺼내 고쳤다. “처음 글을 지을 때는 마음속에 사사로운 뜻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글의 결점과 병폐를 보기 어렵다. 시간이 흐르고 난 다음에야 공정한 마음이 생기므로 그 글의 결점과 허물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6. 글에 대한 비평을 받아들이는 자세

이규보는 다른 사람 시에 드러난 결점을 말해주는 일은 부모가 자식의 흠을 지적해 주는 일과 같다고 했고, 조자건은 사람이 쓴 글에 병폐가 없을 수 없다. 나는 항상 다른 사람이 내 글을 비평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자료 모으기에서부터 간결하게 표현하기, 퇴고하기 그리고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하기 위해 다 쓴 글을 일정 기간 묵혀두기. 글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고깝게 듣지 말라는 고언까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기준으로 삼아야 할 내용이 모두 이 안에 들어있습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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