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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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64. AI와 함께 죽느냐 사느냐
요즘 우리 지역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이 ‘AI 활용 프로그램’입니다. 쳇GPT나 제미나이, 뤼튼 등 AI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질문을 하고 몇 초 안에 답을 알아내는 신기한 경험을 해보는 것입니다.
“사건 기록을 보고 고소장을 작성해 보세요. 챗GPT보다 잘 써야 통과입니다.”
이것은 면접장에서 신입 변호사들이 AI와 일전을 치르는 모습입니다. 로스쿨을 갓 나온 변호사보다 AI가 일을 더 잘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판례 분석은 물론이고, 변호인 의견서나 계약서 작성까지 웬만한 건 AI가 척척 해주기 때문입니다.
회계사 업계는 ‘AI 비상사태’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규칙에 따라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회계사 업무는 AI가 특히 위력을 발휘하는 분야입니다. 예전에는 초보 회계사 여러 명이 하던 일도 베테랑 회계사 1명과 AI의 조합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엑스레이 등 영상 판독에선 AI가 의사보다 정확하다는 평가가 많고, 건강 관리를 도와주는 ‘헬스 AI’가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AI의 일자리 습격은 고소득 전문직에서 먼저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장부, 법원의 판례, 의사의 진료 차트는 수십 년간 정형화된 데이터로 쌓여 있어 AI가 학습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인건비가 비싼 전문직일수록 AI로 대체했을 때 비용 절감 효과가 커서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AI 판사가 인간 판사보다 공정한 판결을 내려줄까요? AI 의사가 오진 없는 진단을 내려줄 수 있을까요?
최신 AI 기술이 생산성 향상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챗GPT 등 AI를 사용해 본 이용자들은 AI가 모르는 걸 아는 것처럼 말하는 상황을 경험해 봤을 겁니다. AI는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기보다 가능성 있는 답을 내놓는 과정에서 오류(환각)나 불일치를 보입니다.
2024년 5월 24일, 미국에서 AI 오버뷰의 잘못된 답변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사용자가 ‘하루에 몇 개의 돌을 먹어야 하나’라고 검색하자, AI가 “UC 버클리의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하루에 최소 하나를 먹어야 한다”며 “돌은 소화기에 필수적인 미네랄과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말은 3년 전 나온 한 매체의 풍자 기사를 참고한 것입니다. 또 ‘치즈가 피자에 달라붙지 않는다’고 하자, “소스에 무독성 접착제 8분의 1컵을 넣으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11년 전 미 소셜미디어에서 했던 농담을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사람들의 관심은 직업의 미래에 쏠려 있습니다. 내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지, 새로 뜨는 직업은 무엇인지, 지금 괜찮은 직업이 미래에도 잘나갈지....... AI가 업무에 활용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청년 일자리가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6만3천 명 감소하여 역대 최소 규모입니다. 저출산으로 청년 인구가 줄고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20대의 경우 두드러집니다.
그러면 AI가 실제로 해고를 촉발하고 있을까요? 경영진이 인원 감축을 정당화하기 위해 AI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왜냐면 AI는 일반적으로 특정 업무를 수행할 뿐 전체 직무를 대체하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엑스레이 등 영상 판독에서 AI가 의사보다 정확하다지만, 방사선 전문의는 영상 판독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업이 AI의 실제 효과가 확인되기 전에 미리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는 일정 부분 불가피하지만, AI 도입과 인력 조정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AI를 이유로 해고를 발표하거나 채용을 중단하면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불안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직원들의 AI 활용 노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므로 AI를 기존 업무 대체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업무를 설계하는 촉진제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재계, 노동계, 업종별 단체를 연결해서 청년층에게 일 경험을 제공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및 ‘문학나눔’ 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 및 ‘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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