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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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67. AI와 함께하는 글쓰기 훈련
요즘 신문이나 메스콤에서 AI에 관한 기사가 하루도 빠지는 날이 없습니다. AI와 관련된 책 출간이 주류이고 그에 관한 강의도 대세입니다.
지난주 우리 지역에 있는 평생교육원에서 《AI로 나만의 에세이집 만들기》 3회 특강이 있었습니다. 나도 가끔 쳇GPT와 제미나이를 이용하는 터라 어떤 새로운 점이 있나 궁금해서 참여했습니다. 수업 진행은 다음과 같습니다. 1. AI에게 쓰고자 하는 간단한 내용을 제시해서 짧은 에세이를 씁니다. 2. 글의 내용에 어울리는 그림을 찾아서 이미지로 만듭니다. 3. AI를 이용해서 쓰고 그린 글과 이미지를 PDF 파일로 제출하면 담당자가 작은 책자로 만들어줍니다.
AI 사용법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고, 다만 이미지를 찾을 때 요긴한 앱 주소를 몇 개 더 알게 되었습니다. 회원들은 “글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할지 몰랐는데 AI 덕분에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언어를 구사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생생하게 녹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작가가 AI로 소설을 썼다는 의혹이 불거져서 글로벌 대형출판사가 영국 소설 “샤이걸”을 서점에서 거둬들인 이유를 살펴봅시다. AI 의혹을 제기한 것은 독자였는데, AI가 쓴 글에는 공통된 패턴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AI가 구체적이고 특이한 사실은 드물기 때문에 생략하고, 더 일반적인 표현으로 대체한다”고 설명합니다. AI는 분위기를 잡고 싶을 때 통계적으로 흔한 빛, 어둠, 침묵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감정을 내밀하게 묘사하는 대신 ‘갈비뼈가 조여든다’ 같은 물리적 반응을 반복하는 특성도 보입니다. 문장이 주어와 서술어 구조에 단어 수도 비슷하게 구성돼 있어서 ‘마치 같은 크기의 벽돌로 쌓아 올린 건물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것은 AI가 추구하는 안정성 때문입니다.
최근에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와 최강의 AI ‘클로드 오퍼스’의 첨삭 대결을 출판사가 마련했습니다. 사전에 9백자 분량의 에세이 중 3편을 골라 읽은 뒤, 김 교수와 AI의 첨삭 내용을 비교해 보는 방식이었습니다. 2백 명의 참가자 중 85%가 정답을 맞혔습니다.
결과를 보면, AI는 논리적 흐름과 일관성을 강조해서 글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반면에 김 교수는 ‘떫은감협회’ 총회 현수막에서 착안한 글을 놓고 “왜, 떫냐?”는 제목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사적인 감상에서 시작하되 본격적인 사회비평으로까지 도약하는 글이 되면 임팩트가 클 것 같다’며 확장적으로 사고를 주문했습니다. 김 교수는 “초고는 무조건 혼자 쓰고 그 다음에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나의 원칙”이라고 말합니다. 처음부터 AI에게 맡긴다면 “내 능력은 퇴화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미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아동 발달 전문가와 의사 등 250여 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이 북미 전역 학교에 AI 도입을 5년 유예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인지과학자들은 AI 의존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경고합니다. AI 챗봇은 무조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도록 설계돼 있어서, 또래 관계 속에서 갈등을 겪으며 사회성을 길러야 할 아이들의 판단력을 떨어뜨립니다. 또한 AI를 통해 사고의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얻는 행위가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독립적인 사고 능력이 저하될 것입니다.
그래서 독서와 글쓰기 등을 통한 판단력 교육이 더 중요해졌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AI시대의 진짜 실력은 코드를 생성하는 속도가 아니라 그 결과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안목에서 갈리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AI가 내놓은 무수한 결과물 중 무엇이 시장에 유의미한지,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은 무엇인지 가려내는 능력이 핵심이 됐습니다. 그런 능력은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고, 해야 할 말을 고르고, 글을 쓰고 다듬으면서 길러집니다.
설득력과 논리력을 표현하는 방편이 글쓰기입니다. 그러므로 글쓰기는 미래 세대에게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AI시대에도 사유와 글쓰기는 멈출 수 없습니다. 이제는 ‘생성형 AI와 함께 좋은 글쓰기’를 해나가야 할 때입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및 ‘문학나눔’ 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 및 ‘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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