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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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60. 착한 사람 배우 안성기
이번 겨울에 세상을 등진 분들이 주변에 여럿 계십니다. 나이 드신 친척 어르신과 친구 부모님뿐만 아니라 선후배와 동창도 있습니다. 고인이 떠난 뒤 남아도는 얘기들을 듣다 보면, 죽음이야말로 삶을 비추는 가장 정직한 거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인이 걸어온 길, 그가 보낸 시간, 삶에 대한 태도 등이 죽음 이후 숨김없이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마지막 잎새를 떨군 유명배우들도 많습니다. 이순재, 김지미, 윤석화, 그리고 안성기...... 그들은 모두 ‘별’을 의미하는 스타였습니다. 별들 중에는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는 빛이 있는가 하면, 세월이 흐를수록 더 깊은 광도를 내는 별도 있습니다. 죽음 앞에서 그들의 삶은 연기가 아니고 연출될 수도 없습니다.
특히 배우 안성기가 떠난 길 위에 미담이 넘칩니다. ‘국민 배우’라는 수식어 앞에 누구 하나 토씨를 달지 않으며, 그에 대한 사후 평가는 전례가 없을 만큼 호의적입니다. 안성기는 영화를 천직으로 여겨 연기에 몰입하면서도 일상에서나 현장에서나 흠결이 없었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연기자가 현장에 도착하면 연출자인 나도 정신적으로 정돈이 필요한데, 안성기는 영화를 찍는데 활력을 줬던 배우”라고 말합니다. 이명세 감독은 “스타 배우이면서도 출연료를 올려 받지 않았어요. 올려준다고 해도 자기는 이만큼만 받겠다고 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그의 출세작은 1980년 이장호 감독의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입니다. 이 작품으로 대종상을 받으며 스타 배우의 길로 들어섭니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한국 영화의 거장들과 호흡을 맞추며 1980년대를 자신의 시대로 만듭니다. ‘고래사냥’의 순수한 청년, ‘깊고 푸른 밤’의 쓸쓸한 남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도시 빈민, ‘남부군’의 빨치산까지 그는 시대의 고민을 대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투캅스’의 비리 형사,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냉혹한 보스, ‘실미도’의 지휘관, ‘라디오 스타’의 매니저에 이르기까지 코미디와 사회극, 블록버스터와 예술 영화를 자유롭게 오간 그의 출연작이 한국 장르 영화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영화계에선 안성기가 주연을 내려놓기 시작했던 1990년대 후반 이후의 행보를 높이 삽니다. 80년대, 90년대에 온갖 주연상을 휩쓸던 그가 조연도 거리낌 없이 출연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1999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첫 악역이자 조연을 맡으며 제2의 전성기를 엽니다. 2003년 영화 ‘실미도’로 국내 최초 천만 배우의 타이틀을 거머쥐고, 2006년 ‘라디오 스타’에서 한물간 가수의 매니저 역을 맡아 박중훈과 남우주연상을 공동수상합니다. 2012년 ‘부러진 화살’에서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정확하고 빈틈없는 인물로 변신해 호평을 받습니다.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은 뒤에도 그의 연기 사랑은 꺾이지 않습니다. 투병 중에도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여 후배들에게 귀감이 됩니다.
스크린 밖에서도 안성기는 드문 존재였습니다. 스캔들이 없었고 약속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했고, 병마 속에서도 영화 행사와 후배들을 지원했습니다. 명동대성당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고인의 장례미사를 주례했습니다. 정 대주교는 “안성기 사도 요한 형제님은 고단한 시절 국민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해 주신 분”이라며 “생명위원회와 ‘바보의나눔’ 등 다양한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나눔과 책임의 삶을 실천했다”고 말했습니다.
영결식장에서 장남 다빈이가 어린 시절 아버지 안성기에게 받은 편지를 읽었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에게 건넬 법한 평범한 당부들이 담겨 있었는데 그중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크게 다가옵니다.
“이 세상에서 참으로 필요한 것은 착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라!”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며 살아내기는 어려운 그 문구가 우리에게 남긴 유언 같습니다. 저는 안성기가 ‘라디오 스타’에서 연기했던 매니저 박민수의 말을 읊조려봅니다.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 및 ‘문학나눔’ 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 및 ‘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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