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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6-01-07 00:50 140 0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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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58. 붉은 말의 해

 

 

푸른 뱀의 해을사년을 보내고, 2026붉은 말의 해병오년(丙午年)을 맞이했습니다.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리는 말처럼 올 한 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반드시 달성하자는 각오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육십갑자에서 천간인 병()은 불을 뜻하고, 지지인 오()는 말을 상징하는데 둘 다 불의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은 붉은색, 태양, , 생명력의 의미를 갖습니다. 또한 말은 생동하는 에너지와 진취적인 기상을 상징합니다. 그러므로 불의 속성이 말이라는 형상과 결합한 병오년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고 역동적인 힘을 의미합니다. 말이 이동과 전진, 확장을 상징하는 만큼 2026년은 사회 전반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새로운 시작과 과감한 시도를 하기 좋은 해로 해석됩니다.


위아래가 모두 불기운으로 가득 찬 해를 맞으니 전설 속의 명마인 적토마(赤兎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적토마는 하루에 천 리를 달리고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진 명마 중의 명마로 묘사됩니다. 적토마는 처음에 여포의 말이었으나 훗날 관우의 애마가 되어 수많은 전장을 누볐습니다. 정사 삼국지에서 적토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포는 늘 좋은 말을 몰았는데 이 말은 적토라 불리며 능히 성으로 달려가서 해자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그때 사람들이 말하기를, 사람 중에 여포가 있고 말 중에 적토가 있다고 했다.”


2026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경제 5단체장과 정치인 등 5백여 명이 참석해서 경제 재도약을 위해 적토마처럼 뛰자!’고 강조했습니다. 예로부터 인간은 야생마를 길들여 타고 다니면서 이동의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이는 전쟁과 교역, 탐험을 가능하게 했으며 문명이 형성되는 데 핵심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게다가 말은 생과 사, 인간계와 신성한 세계를 잇는 경계의 존재로 여겨져 왔습니다. 신라 천마총에서 출토된, 하늘을 힘차게 날아가는 말 그림인 천마도(天馬圖)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불의 기운이 매우 강하다는 건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즉 잘 다루면 명마 적토마를 타고 천하를 호령할 수 있지만, 잘 못 다루면 야생마에게 낙마당하는 위험도 있습니다. 말과 관련된 속담에서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말은 타 봐야 알고 사람은 사귀어 봐야 안다는 경험을 통한 판단의 중요성을 의미합니다. ‘말이 천 리를 가고 고삐는 손에 있다는 통제력과 책임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여러분들의 힘찬 새해 다짐을 듣는 동안, 문득 눈가리개인 차안대(遮眼帶)’를 한 경주마가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말은 눈이 옆쪽에 있어서 시야가 넓습니다. 옆이나 뒤에서 뛰는 다른 말이 보이게 되면 주의가 산만해지고 겁을 먹기도 합니다. 그래서 경주마의 시야를 좁게 만들어 목표 지점만 바라보며 달릴 수 있도록 눈가리개를 씌워줍니다.

그동안 우리는 성공과 돈, 권력이 행복을 가져다주리라 믿으며 경주마처럼 돌진해 왔습니다. 성공과 성과가 우리의 정체성이었습니다. 천천히 걷는 시간, 쉬어가는 시간이 낭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빨리 질주하고 싶은 욕망을 절제하지 못한다면 사색과 비판적 사고의 시간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적토마에게서 배워야 할 점은 단순한 속도가 아닙니다. 어떤 장애물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묵묵히 천 리 길을 완주해내는 저력입니다. 그러므로 붉은 말의 해에는 달리되 고삐를 꼭 쥐고 소진되지 않는 속도로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해 새날을 맞이하여, 정채봉 시인의 첫 마음이라는 시를 읊조려 봅니다. 1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첫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여러분은 2026년 붉은 말의 등에 어떤 첫 마음을 가지고 올라타시렵니까?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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