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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2025-10-22 14:14 70 0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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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작가의 억수로 반갑대이

54. 잘못된 교육, 아이들이 병들고 있다

 

 

며칠 전 EBS에서 <다큐프라임-공부불안> (3부작)을 봤습니다. 이번에 방송한 1왜 공부할수록 더 불안한가는 학군지(학군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지역)로 이사 온 후 수면 부족과 압박감을 느끼는 중1 학생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는 초등학교 시절에 자기 주도 학습을 매우 잘했습니다. 하지만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학원 수업과 3개월에 한 학기 진도를 빼는 양의 숙제를 해내기 위해 새벽 2~3시 잠자리에 들고, 학교 수업 시간에는 졸기 일쑤입니다.


유명 일타강사 윤혜정(국어), 정승제(수학) 선생이 학생과 부모를 직접 만나서 문제점을 살펴봤습니다. 학원은 위기감과 불안감을 심어주는 불안 마케팅을 조장해서 학부모가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겠다며 결국 학원에 의존하게 만듭니다. 정승제 선생은 고등학교 입학 전에 고등학교 수학을 선행학습해야 하는 것이 잘못된 정보라고 말합니다. “정해진 양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아이들은 생각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해설지를 베끼게 되죠. 결국 수학을 싫어하게 만드는 겁니다.”

게다가 공교육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꼴입니다. 선행을 전제로 수업하고 수능 킬러 문항 수준으로 내신 시험을 내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결국 학교가 학원에서 배운 것을 테스트하는 기관처럼 변질되었습니다. 그러니 방학 때 학원에서 다음 학기 과정을 억지로라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4세 혹은 7세 고시’ ‘초등 의대반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서울 강남 3(강남, 서초, 송파구)의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7세 고시를 준비하고, 초등학생이 고교 진도를 선행하는 초등 의대반이 성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영어유치원 레벨테스트를 대비하는, 이른바 ‘4세 고시의 가능성도 높습니다. 교육부가 올 3월 공개한 유아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6세 미만 유아의 월평균 영어 사교육비가 월 414천 원입니다.


7세 고시 문제를 대학교 영어전공생과 고3에게 풀어보게 했더니 40문제 중 4~5개나 틀렸습니다. 또한 7세 아이에게 발명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그 기계를 묘사하라는 영어 에세이를 A4용지 2장 분량으로 작성하게 하고, A4용지 1장 분량의 영어 지문을 읽고 주제와 요지를 적으라고 합니다. 영어교사도 문제 수준이 토익보다 낮지 않다고 평가합니다.


이곳 강남 3구에 사는 9세 이하 아동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단이 4년 새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도한 선행학습은 아동에게 트라우마를 남기는 아동학대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견해입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는 유아기에 시작되는 과도한 선행학습은 뇌 기초공사를 할 시기에 고층빌딩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때 아동이 받는 스트


레스는 학습 능력, 감정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우리나라 일간지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고 있는 미국인 콜린 마샬은 한국의 영어교육 문화, 즉 교육열에 불타는 부모가 한국어도 잘 못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수준에 맞지 않은 영어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을 비판합니다. 모국어를 정확히 알지 않으면 어떤 다른 언어도 세련되게 구사할 수 없습니다. 또한 학원과 학교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진짜 영어가 아닌 영어 시험을 위한 기술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조차 고3 수험생처럼 살고 있고, 뒤처질까 불안에 떠는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현실 때문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성인의 노동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데, 아이들의 공부는 한계 없이 몰아붙여도 될까요? 정말 대한민국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은 없을까요?

EBS <다큐프라임-공부불안>2전교 1등인데 왜 안 되나요?’1020일에, 3한 번의 실패도 허용하지 않는 학교1027일 방송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단순히 학습 방법을 넘어서 격차와 선행학습, 그리고 불안을 키우는 교육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우남_소설가

 

경남 하동 출생. 본명 김희숙.

실천문학소설신인문학상으로 작가 등단.

소설집뻐꾸기날리다⟫⟪굿바이굿바이⟫⟪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아이 캔 두 이모장편소설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출간.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경기문화재단 우수도서문학나눔다수 선정.

한국작가회의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이대동창문인회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문학작가파견사업길위의인문학’ 5회 선정.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Email: nim19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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